임신 31주차의 경기도민이 복통과 하혈로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놓였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병원 23곳에서 잇따라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2시간 넘게 헤매다 겨우 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17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 12분께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임신부 A씨가 “하혈과 복통이 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임신 31주차로, 조기 진통이나 태반 이상 등 중증 산과 응급 상황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시흥소방서 구급대는 신고 접수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응급 처치를 진행하며 병원 이송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기 4곳, 인천 3곳, 서울 1곳 등 병원 8곳에서 잇따라 “수용 불가” 답변을 받았다.
이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이 추가로 경기·서울·충남·전북 지역 병원 15곳에 연락했지만, “의료진 부족”, “산부인과 응급수술 불가”, “신생아집중치료실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통증과 출혈이 심해지던 상황에서 119종합상황실은 세종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산모 수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확보했다. 소방 당국은 경기소방 헬기를 투입해 A씨를 시흥에서 세종으로 이송했고, 오후 11시 51분께 병원에 도착했다. 신고 접수부터 치료까지 약 2시간 40분이 소요됐다.
A씨는 치료 후 상태가 호전돼 이튿날 퇴원했지만, 후기 임신부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병원을 찾지 못해 장시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점에서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도 이송체계 개선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초응급 환자를 사전에 지정된 병원으로 즉시 이송하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 시범사업’을 비공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근경색·뇌졸중·중증 외상 등 중증 환자는 현장에서 중증도를 판단해 곧바로 치료 가능 병원으로 이송하고, 비교적 경증 환자는 2차 병원으로 분산해 대형병원 쏠림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응급환자 이송체계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의 기본 인프라”라며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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