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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주 APEC에도 불법드론… ‘하늘의 불청객’ 방어막 구축 잰걸음

[안보공백, 하늘도 뚫렸다]

<하>드론방패 구축 본격화

영일만항·보문단지 인근서 비행

원자력연구원 장비운용 중 탐지

전방위적 안티드론 시스템 시급

경찰, 지상 고정형 장비 소형화

탐지·제어 가능한 드론 종류 확대

조종자 검거율 제고 등 도움 기대

항우연은 나로우주센터 등에 구축

상용화땐 수출산업으로 확장 가능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주요 참석자 숙소나 행사 시설 인근에서 불법 드론이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장에서 안티드론 시스템을 운용하던 우리나라 기관이 불법 드론을 탐지한 뒤 즉각 대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급 국제 행사까지 불법 드론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국가 중요 시설과 주요 행사 전반에 걸친 안티드론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행사 기간에 경주 보문단지 인근과 경북 포항 앞바다에 정박한 ‘바다 위 숙소’ 크루즈선 등 주요 장소 인근에서 비행한 불법 드론이 탐지 시스템에 포착됐다. 해당 크루즈선은 각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수행단 등 행사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 포항 영일만항에 마련됐다. 행사장이 있던 경주시 전역은 물론 크루즈 숙소가 있던 포항 영일만 등은 APEC 개최 직전인 지난해 10월 28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행사장에서 불법 드론 탐지 장비를 운용하던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원자력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경찰청 등 30여 개 기관이 참여한 ‘불법 드론 지능형 대응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한 장비를 현장에 배치해 운용했다. 해당 기술은 투입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양양국제공항에서 실증을 마쳤는데 실증 직후 APEC과 같은 국가 중요 행사에 곧바로 투입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력연구원이 운용한 장비는 불법 드론을 탐지한 뒤 무력화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단일 장비로, 국내 원천 기술이 적용됐다. 탐지·식별·무력화 과정을 단일 화면에서 통합 제어할 수 있어 운용 편의성을 높였으며 상용 드론뿐 아니라 테러 등을 목적으로 자체 제작된 이른바 ‘커스텀 드론’까지 탐지·무력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찰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관계기관들은 안티드론 장비 상용화를 위해 후속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드론과 관련한 기관들이 다수인 만큼 각 기관이 일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안티드론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PEC 당시 숙소로 사용된 크루즈선. 뉴스1


◆ 경찰, 가방 크기 안티드론 개발… 소형화로 기동력 높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안티드론 원천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개발(R&D)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 관계 기관들이 잇따라 추가 개발에 착수하면서 국가중요시설과 주요 행사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실전형 안티드론 체계’ 구축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불법드론 지능형 대응기술개발’ 국가사업을 통해 확보된 안티드론 시스템을 바탕으로 R&D에 착수했다. 경찰청이 설정한 핵심 키워드는 ‘소형화’다. 현재 운용되는 안티드론 장비 상당수는 특정 지점에 설치해 운용하는 ‘지상 고정형’ 장비여서 대응 반경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불법 드론 위협은 행사장, 도심, 주요 기반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장비가 고정돼 있으면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경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비를 휴대가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 기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필요 시 불법 드론 탐지가 요구되는 지점에 유동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운영 효율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드론 탐지 기술의 탐지 범위는 2~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고정형 장비로는 탐지 범위 밖에서 비행하는 불법 드론에 대응하기 어렵지만 장비를 이동시킬 수 있다면 탐지·대응 가능 범위 자체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형화가 실현되면 검거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간 경찰은 불법 드론 기체를 제압하더라도 조종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드론 사건의 경우 조종자 검거가 핵심인 만큼 조종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를 현장에 기동형으로 투입할 수 있다면 수사 효율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앞서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소형화된 시제품을 현장에 배치해 운용한 바 있다. 경찰은 당시 운용 결과를 토대로 개선점을 파악한 뒤 일상적인 치안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경찰청은 탐지·제어 가능한 드론의 종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안티드론 원천기술은 단순히 불법 드론을 격추하거나 무력화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방의 드론 제어권을 탈취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제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드론 기체별 통신 프로토콜 분석이 필요하며 현재까지 분석이 완료된 기종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경찰은 후속 R&D를 통해 기종과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도록 기술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방 크기의 기동형 지상 장비가 개발되고 탐지 가능한 드론 기종이 확대되면 탐지와 제어 범위가 유의미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구축한 안티드론 시스템.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 항우연도 나로우주센터에 구축 검토… 안티드론 수출산업 분수령

누리호(KSLV-Ⅱ) 4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본격적인 ‘K스페이스’ 도전에 나선 항우연도 안티드론 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우주발사체는 사소한 변수가 발사 성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민감한 시스템이어서 불법 드론 위협이 치명적일 수 있다. 항우연과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10월 누리호 발사를 한 달 앞두고 발사 당일 비인가 드론 출현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항우연은 올해 3분기와 내년으로 예정된 누리호 5차·6차 발사를 앞두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갖춰 사전 위협을 차단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민간 우주 산업이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민간 발사장에도 불법 드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첫 민간 상업 발사체인 ‘한빛-나노’ 발사로 민간 기업의 우주 진출이 본격화되는 만큼 발사장 안전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관계 기관들이 후속 R&D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국내 안티드론 기술이 세계 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항공 시장 분석 기업 틸(TEAL)이 발표한 ‘드론 세계시장 전망’에 따르면 80억 8000만 달러 수준이던 드론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7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드론 위협을 막기 위한 안티드론 수요도 동반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술의 경쟁력이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 경우 국가 기반시설 보호뿐 아니라 수출 산업으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고 보고 있다. ‘불법드론 지능형 대응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안티드론 원천기술은 국가 주요 기반시설을 보호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안 현장에서 불법 드론의 ‘라이브 포렌식’을 적용해 사고 원인 규명과 용의자 수사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차세대 원전 모델인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기본 패키지에 안티드론 시스템이 포함된다면 시장 동반 성장과 수출 확대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의 성숙도가 실전 투입과 산업화 단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동성 확보와 적용 범위 확대, 실제 운용 환경에서의 검증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속 R&D를 통한 소형화와 상용화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안티드론 체계가 치안과 국가안보, 우주산업 안전 분야까지 아우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시험비행 장소를 구하지 못해 드론 장비를 들고 해외 사막으로 날아가 겨우 시험을 마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중요시설을 겨냥한 드론 테러와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對)드론(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을 뒷받침할 법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안티드론 기술은 공학적 수준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제도적 기반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산업화와 연구개발(R&D)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탁태우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안티드론 분야가 선도권을 유지하려면 법·정책 정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 연구원은 2021~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경찰청 등 30여 개 국가기관이 참여한 430억 원 규모의 ‘불법드론 지능형 대응기술개발’ 사업을 총괄한 핵심 인력이다.

탁 연구원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기관 간 조율 부재’를 꼽았다. 안티드론은 산업·치안·국방·원전 등 여러 분야와 맞닿아 있어 관련 기관이 많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원자력발전소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협의해야 하는 국가기관만 20곳에 달한다. 기술개발과 산업 진흥 역시 주관과 역할이 산재돼 속도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증 인프라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했음에도 이를 시험하고 검증할 공간이 제한적이다. 비행금지구역 등 규제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충분한 실험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은 결국 장비를 들고 해외 사막으로 향해 시험비행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 시설 역시 객관적 성능평가와 검증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탁 연구원은 이런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버넌스’를 제시했다. 드론처럼 여러 기관이 동시에 관여하는 분야는 합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거버넌스가 마련될 경우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안티드론 특별법 제정’을 꼽았다. 현재 관련 법령이 여러 곳에 흩어진 상태에서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별법을 통해 일관된 적용 기준과 운영 체계를 마련한 뒤 산업 육성과 R&D를 본격화해야 효율적인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탁 연구원은 “법 제정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사업 과정에서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해둔 만큼 국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드론 대응 거버넌스 역시 총리실 수준의 상위 기관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산재된 기관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이 제도 공백으로 꺾이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속도감 있는 정비가 요구된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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