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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투자 中 10% 불과…이대론 OLED도 추월당해"

◆'네이처·사이언스지 동시 게재'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연구 등

양대 학술지 이례적 동시 게재

계층 쉘 구조 개발 소자효율 높여

투자 시기 놓친 日, 韓에 따라잡혀

원천 특허 집중해야 경쟁력 확보

인재 붙잡으려면 확실한 보상 필수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사이언스 표지 논문에 선정된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의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연구 논문. 사진제공=사이언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많은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로열티를 주고 사업을 하고 있어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한 유니버셜 디스플레이 코퍼레이션(UDC)처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고 권위를 지닌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한국인 과학자의 논문이 연이어 실리는 믿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세계 최고 효율의 완전 신축성 발광소자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를 개발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연구자로 손꼽히는 이태우(51)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주인공이다.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대에서 만난 이 교수는 “중국에 비해 원천 기술에 대한 한국의 투자 규모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국가첨단전략산업인 디스플레이 분야의 원천 기술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4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재 효율을 개선하는 등 촉망받는 디스플레이 연구자로 주목받아왔다. 그런 이 교수에게도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기 다른 주제의 논문이 비슷한 시기에 게재되는 것은 “우연히 겹쳐 찾아온 일”이라고 할 정도로 기적같은 일이다. 이같은 사례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네이처지에 실린 완전 신축성 OLED 발광소자 연구팀. 왼쪽부터 이태우 서울대 교수, 유리 고고치 드렉셀대 교수, 주환우 서울대 박사, 김현욱 서울대 박사과정, 한신정 서울대 박사, 장단전 드렉셀대 박사. 사진 제공=서울대 공대




사이언스지에 실린 '동작 수명의 혁신적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한 이태우(왼쪽) 교수와 Qingsen Zeng 연구교수. 사진 제공=서울대 공대


특히 사이언스에 실린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의 효율 한계를 극복한 디스플레이’ 연구의 경우 각 호를 대표하는 ‘표지 논문’에 선정됐다. 차세대 소자인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은 기존 양자점 발광체보다 더 선명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부드러운 이온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 교수 연구팀은 결정을 둘러싸고 보호막을 씌우는 계층적 쉘(Shell) 구조를 개발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처에 실린 완전 신축성 OLED 소자 개발은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의 고질적인 어려움으로 꼽혔던 신축성과 효율의 난제를 극복한 연구다. 기존 산업계에서 선보인 디스플레이는 딱딱한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구불구불한 배선 구조로 연결해 늘릴 때 화질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었다. 물질이 잘 늘어나게 하려면 탄성체인 고무가 필요한데, 고무는 절연체여서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이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상황에서 엑시플렉스 시스템을 고안해 장벽이 있어도 에너지를 우회시키도록 만들며 난제를 해결했다.

이 교수 연구팀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은 향후 업계를 뒤흔들 촉매가 될 전망이다. 완전 신축성 OLED를 바탕으로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피부에 붙여도 이질감이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신축적이기 때문에 이 소재는 충격에 매우 강해 쉽게 부서지지 않고 매우 얇게 만들 수도 있다”며 “헬스·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기기의 상호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 지멜리스 네이처 수석 응용물리과학 편집장 또한 브리핑에서 논문에 대해 “현재 해당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맥신(전이금속과 탄소·질소로 이뤄진 2차원 나노물질)과 발광 유기 반도체를 결합해 바람직한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줬다”면서 “이 결합이 최적화될 때 응용 분야의 신축성 OLED에 상당한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하는 서울대 벤처 기업 SN디스플레이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UDC의 경우 원천 기술 특허만으로도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 총액이 10조가 넘는 성과를 거뒀다”며 “반면 한국의 경우 OLED 이후 차세대 기술에 대해서는 투자가 거의 일어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일본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10년가량 지켜 온 디스플레이 패권을 놓친 사례로 꼽힌다. 2007년 소니가 세계 최초의 OLED TV를 상용 판매하는 등 디스플레이 패널·공정 기술에서 선두 국가였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OLED 패널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규 기술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의 추격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다가오는 미래에서 제조 분야에서 중국 수준으로 이윤을 남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로열티를 확보하는 원천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재들이 한국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한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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