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1987년 헌정 체제는 권위주의 정권의 종식과 민주화 이행이라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했으나 비상식적인 12·3 비상계엄과 같이 반복되는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에는 한계에 부딪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정치·경제적 양극화, 기후변화, 지방 소멸과 같은 새로운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개헌은 대선 공약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는데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 개정’을 ‘제1호 국정과제’로 지정하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개헌의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고 개헌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목표를 제시했고 논의 속도에 따라 올해 지방선거 혹은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서는 사전에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국민투표법 개정이다. 현행 국민투표법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투표할 수 없고 선상·사전투표 또한 불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에 이러한 재외국민 투표권 제한은 헌법 불합치로 결정하고 2015년 12월 31일까지 입법 개선을 촉구했으나 국회는 아직도 미이행 상태다. 또한 현행 국민투표법은 만 19세 이상만 투표를 허용해 2020년부터 투표권을 부여받은 만 18세 청소년은 국민투표를 할 수 없는 위헌 상황이다.
이처럼 국민투표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의 동력도, 국민투표법 개정의 동기부여도 약해질 것이 자명하다. 우리 헌법은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중요한 정책과 헌법 개정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국민의 직접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국민투표 참정권을 제한하는 현행 국민투표법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책임 방기다.
개헌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통합의 권력 구조 개편, 국민의 안전·주거·돌봄·건강에 관한 기본권을 신장하며 시민 참여의 확대와 균형 발전을 포함하는 국민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1987년 체제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시대 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 개헌의 문을 활짝 열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결과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려면 진영 논리를 벗어난 절차와 방식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합의가 쉬운 개헌 의제부터 서둘러 논의하고 사전 필수 요건으로 국민투표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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