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은 시험비행 장소를 구하지 못해 드론 장비를 들고 해외 사막으로 날아가 겨우 시험을 마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중요시설을 겨냥한 드론 테러와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對)드론(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을 뒷받침할 법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안티드론 기술은 공학적 수준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제도적 기반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산업화와 연구개발(R&D)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탁태우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안티드론 분야가 선도권을 유지하려면 법·정책 정비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 연구원은 2021~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경찰청 등 30여 개 국가기관이 참여한 430억 원 규모의 ‘불법드론 지능형 대응기술개발’ 사업을 총괄한 핵심 인력이다.
탁 연구원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기관 간 조율 부재’를 꼽았다. 안티드론은 산업·치안·국방·원전 등 여러 분야와 맞닿아 있어 관련 기관이 많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원자력발전소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협의해야 하는 국가기관만 20곳에 달한다. 기술개발과 산업 진흥 역시 주관과 역할이 산재돼 속도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증 인프라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했음에도 이를 시험하고 검증할 공간이 제한적이다. 비행금지구역 등 규제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충분한 실험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은 결국 장비를 들고 해외 사막으로 향해 시험비행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 시설 역시 객관적 성능평가와 검증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탁 연구원은 이런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버넌스’를 제시했다. 드론처럼 여러 기관이 동시에 관여하는 분야는 합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거버넌스가 마련될 경우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안티드론 특별법 제정’을 꼽았다. 현재 관련 법령이 여러 곳에 흩어진 상태에서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별법을 통해 일관된 적용 기준과 운영 체계를 마련한 뒤 산업 육성과 R&D를 본격화해야 효율적인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탁 연구원은 “법 제정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사업 과정에서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해둔 만큼 국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드론 대응 거버넌스 역시 총리실 수준의 상위 기관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산재된 기관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이 제도 공백으로 꺾이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속도감 있는 정비가 요구된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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