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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끼면 ‘지직’…두통까지? 귀 뒤에 심는 ‘골전도 이식술’이 답[메디컬 인사이드]

■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고령화 여파에 난청 환자 급증…2024년 진료인원 82만여명

외이도 폐쇄·잦은 중이염·소음 노출 잦은 젊은 층도 방심 못해

방치할 경우 인지기능 저하 위험 높아 적절한 ‘청각재활’ 필수

한양대병원, 압전소재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 이식술 선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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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중이염이 재발해 고생했는데, 이제 청력마저 떨어지니 삶의 낙이 없더라고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질 못하니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지고 TV 소리조차 소음처럼 들려 우울감이 심했습니다."

난청 증상에 고통을 겪던 서경자씨(50대·가명)는 작년 9월 한양대병원에서 전음성 난청으로 진단돼 ‘골전도 보청기 이식술’을 받았다. 그는 “잡음이나 귀의 통증 없이 또렷하게 들리니 꿈만 같다”며 "요즘은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산다"며 웃어보였다.

나이가 들면 소리를 감지하는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가 손상되고 청신경이 퇴화해 청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국내 65~75세 인구의 25~40%, 75세 이상은 절반(38~70%)가량이 난청을 겪고 있다. 난청 진단에는 주로 순음청력검사가 쓰인다. 낮은 주파수부터 높은 주파수까지 여러 주파수별 청력역치를 측정해 얻은 평균치가 난청의 정도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청력역치 60데시벨(dB)은 그보다 작은 소리는 듣지 못한다는 의미다. 보통의 대화음이 65dB 정도임을 감안할 때 청력역치가 최소 40dB은 돼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 지장이 없다.

골전도 보청기 이식술 개요. 사진 제공=한양대병원


서씨의 경우 청력역치가 55dB로 조용한 실내에서 대화할 때도 어려움이 있어 보청기 착용이 필수였다. 그런데 양쪽 귀 모두 잦은 중이염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던 터라 귓구멍이 비정상적으로 넓어져 있어, 귓속형 보청기를 끼면 착용감이 영 좋질 않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청기를 사용해봐도 기계적 잡음이 심해 두통이 생기곤 했다. 중이염이 또다시 재발한 줄 모르고 보청기를 착용했다가 귀에서 진물이 나와 기기가 손상된 이후로는 보청기를 아예 착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서 씨의 삶을 바꾼 건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제안한 '피하이식형 골전도 보청기'다. 피부 아래 소형 장치를 삽입해야 한다는 설명에 주저하던 서 씨는 일주일간 체험을 해본 뒤 "'지지직' 거리는 잡음 없이 보청기로 이토록 선명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몰랐다"며 수술을 자청하고 나섰다. 작년 8월 국내 도입된 압전소재 기반 최신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 이식을 받은 서씨는 수술 2개월 여만에 달라진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잃어버렸던 일상의 소리와 함께 삶의 활력을 되찾은 서씨는 활발하게 사람을 만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상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발생 시 청각재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양대병원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전문가들이 난청의 조기진단과 청각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단순히 불편함 때문이 아니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란셋'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치매의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 중 중년기의 난청이 차지하는 비중이 8%로 가장 높았다. 한 교수는 "나이가 들거나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청력이 떨어지면 일상적인 소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난청이 대인관계 위축, 사회적 고립,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난청 환자가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은 2020년 64만 6453명에서 2024년 82만 3301명으로 5년새 약 27% 증가했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감각신경성 난청이 주요 원인이지만 선천적 외이도 폐쇄, 반복적인 중이염 등도 병을 유발한다. 난청 진단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청각재활 수단은 보청기다. 그러나 서 씨처럼 반복적인 중이염으로 염증과 분비물이 잦거나 외이도 구조가 변형된 경우, 선천적으로 귓구멍이 막힌 외이도 폐쇄증 환자 등은 보청기 착용 자체가 어렵거나 불편감이 크다. 게다가 보청기의 효과가 미미하다. 이런 경우에 골전도 보청기 이식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골전도 보청기는 이름 그대로 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한다. 일반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켜 고막과 중이를 거쳐 내이로 전달하지만, 골전도 보청기는 두개골 뼈를 진동시켜 달팽이관이 직접 소리를 인식하게 만든다. 따라서 달팽이관은 제대로 기능하는데 소리를 전달하는 뼈인 이소골에 문제가 생긴 전음성 난청 환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이식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골전도 보청기를 피부 밑에 삽입한 뒤 외부 음향 프로세서와 연결하면 기존 경피적 골전도 기기보다 피부 손상이나 위생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한결 선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양대병원은 코클리어사의 최신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 시스템인 '오시아(OSIA)'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오시아는 압전형(Piezoelectric) 변환기를 적용한 능동형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다. 전자자기 방식의 기존 골전도 보청기의 경우 자석 영향 때문에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오시아는 이식 후에도 3.0T(테슬라)급 고해상도 MRI 검사가 가능하다. 귀 뒤쪽 피부를 살짝 들어 올려 뼈에 소형 장치를 고정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수술 시간도 1~2시간 내외다. 기기 두께가 매우 얇아 수술 후 겉으로 드러나는 돌출이 적다보니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청력역치 55dB로 난청이 심한 환자들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 교수는 "보청기에만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 인공와우, 골전도 보청기 이식술 같은 첨단 치료법이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며 "청력을 잃고 고립된 채 살아가던 환자가 다시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청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진다면 ‘나이 탓이겠지’ 하고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아야 한다"며 "상황에 맞는 치료와 보조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삶의 질과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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