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률이 높아 치료가 까다로운 간암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최근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간암 세포막에 있는 ‘디스에드헤린(dysadherin)’ 단백질이 간암의 약물 내성과 면역 회피를 동시에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간암은 여러 암종 가운데서도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꼽힌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사망률은 11.7%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5년 생존율은 39.4%로, 전체 암 평균(72.9%)에 비해 현저히 낮다.
치료 성과가 낮은 이유는 간암이 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고, 기존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암은 치료 후 5년 이내 재발 확률이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양 내부에는 항암 치료 이후에도 살아남는 암 줄기세포가 있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차단하는 환경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간암의 특성이 디스에드헤린 단백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디스에드헤린은 그동안 암의 전이를 촉진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지만, 암 재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이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에드헤린은 정상 세포보다 암 세포에서 과도하게 발현되며 세포 간 접착력을 약화시켜 암 세포가 쉽게 떨어져 나가도록 만든다. 이렇게 떨어진 암 세포는 다른 부위로 이동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해 재발과 전이를 유도한다.
동물실험 결과 디스에드헤린이 과발현될 경우 암의 진행 속도와 공격성이 크게 증가해 예후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 위험 역시 뚜렷하게 높아졌고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가 활성화돼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성도 떨어졌다.
남 교수는 디스에드헤린이 간암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에드헤린과 세포 증식 신호를 동시에 억제하면 암 줄기세포의 성질이 약화되고, 억눌려 있던 면역세포 기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진이 디스에드헤린을 억제한 간암 세포를 생쥐에 이식한 결과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며 종양의 성장과 전이가 뚜렷하게 감소했다. 종양 주변의 면역 환경이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간암 세포가 면역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남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암 치료의 가장 큰 난제인 약물 내성과 면역 회피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밝혀냈다”며 “향후 치료제 개발을 통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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