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에서 사고 위험 요인을 찾을 수 있나요.”
박보현 고용노동부 노동행정인공지능혁신과 소속 서기관이 목재가공 작업장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이 사업장 직원들은 일하면서 산재를 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작업대 위에는 목재와 공구가 정리됐고 작업 시 안전표도 붙었다. 사진만으로는 사고 예방 관리가 잘 된 사업장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챗GPT에 이 사진을 입력하고 ‘산재 위험 요소를 찾아달라’고 요청하자, 챗GPT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3초도 안 돼 작업장 위 ‘원형톱날 노출’이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이 톱날이 손가락 절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경고됐다. 챗GPT는 톱날 상부에 덮개를 달고 절단 작업 때 작업자 손을 보호하는 ‘푸시 스틱(push stick)’ 장치를 반드시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톱날 교체 때 전원 차단 장치와 작업 시 반동을 줄이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서기관은 “생성AI 등장이 만든 산재예방의 변화”라며 “국민 스스로 자신의 일터에 어떤 위험이 숨어있는지 너무 쉽게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이어 산재예방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산재 위험요소 자율점검 AI’ 개발을 추진한다. 이 프로그램은 챗GPT처럼 사진으로 일터의 위험 요인을 쉽게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는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중대재해 감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행정인공지능혁신과는 지난해 10월부터 착수한 ‘산재 위험요소 자율점검 AI’ 실증을 올해 말까지 마친다. 실증을 마친 후 AI의 정밀도를 개선하고, 책임성 문제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산재 점검 AI’가 챗GPT 수준으로 국민에게 위험 점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AI 노동법 상담’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24시간, 34개 언어로 노동 분야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 서비스 시작 첫 해인 지난해 사용 횟수가 12만 회에 육박한다. 또 중고 거래 플랫폼 업체인 ‘당근’이 노동부에 서비스 연계를 먼저 제안할 정도다.
‘산재 점검 AI’는 민간에서 자율적인 사용을 넘어 산재예방행정에도 활용돼 노동부 감독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5만 4000곳이던 감독 사업장 수를 2027년 14만 곳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14만 곳은 전체 사업장의 7%다. 여전히 나머지 93% 사업장은 ‘감독 밖’에 있는 셈이다.
노동부는 ‘산재 점검 AI’ 개발 과정에서 답변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AI 답변은 사실상 정부 판단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보다 법과 제도적으로 명확성을 요구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시된 ‘AI 노동법 상담’도 노무사들과 1만 5000개 질문을 검증하는 작업을 거쳤다. 박 서기관은 “현재는 실증 단계로, 서비스의 주체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향후 정확도와 책임성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이 AI는 국민 스스로 일터 위험을 점검하는 도구로서 자리잡는다면 상당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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