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란의 체제 위기를 예고한 가장 큰 조짐은 지난해 10월 대출 부실로 파산한 아얀데 은행 사태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아얀데 은행 몰락이 그 자체로 경제 붕괴의 상징이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난을 더욱 가속했으며, 결국 반정부 시위를 촉발해 이슬람 공화국 수립 50여년만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일으켰다고 해설했다.
아얀데 은행은 지난해 10월에 대출 부실로 50억 달러(7조40000억 원)의 손실이 쌓인 상태에서 청산됐다. 이란 정부는 국영 은행을 동원하고 엄청난 양의 돈을 찍어내 문제를 덮어보려고 시도했으나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동 및 중앙아시아국 부국장을 지낸 금융 전문가 아드난 마자레이는 아얀데 은행이 정권 유력 인사들과 연줄이 튼튼한 곳이었다고 전했다. 아얀데 은행은 이란 은행들 중 가장 높은 이자를 지급해 예금을 끌어모았으며,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실 대출이 많았다. 이 은행이 가장 투자를 많이 한 사업은 2018년에 개장한 '이란 몰'이라는 초호화 초대형 쇼핑센터였다. 미국 펜타곤(국방부 청사)의 2배 크기인 이 몰은 '도시 속의 도시'라고 할만큼 규모가 크고 호화로운 시설이었다. 실내정원과 자동차 전시장, 16세기 페르시아 황궁을 본뜬 거울 홀 등이 설치됐다. 이란 몰 프로젝트는 안사리가 차린 아얀데 은행이 안사리가 운영하는 사업체들에 돈을 빌려주는 '셀프 대출'이었다는 게 이란 경제학자들과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아얀데 은행 뿐 아니라 많은 부실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앙은행의 비상 유동성 메커니즘은 이자율은 높지만 담보가 필요 없다. 이 돈으로 은행들은 유력 인사들과 연줄이 있는 엘리트들에게 대출을 해줘서 투기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금을 대줬으며 이런 채권은 급격히 부실화했다. 중앙은행은 대출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찍어냈으며, 이 탓에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리알화 가치가 폭락했다. 지난해 이란 리알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84% 폭락했으며, 식품 가격 상승률은 72%에 이르렀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받았던 '12일 전쟁' 당시 자국민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들통나면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 또 핵 프로그램 협상에서 양보를 거부하면서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지난해 11월에는 핵 문제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다시 공격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받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한편 이란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란 안팎의 언론·인권 단체는 물론이고 현장의 시위대도 정확한 상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영상들과 위성 인터넷을 통해 겨우 외부와 연락이 닿는 일부 이란인들의 메시지는 참상의 극히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시위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257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시위대 2403명, 정부 측 관계자 147명, 18세 미만 미성년자 12명, 그리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 9명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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