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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나는 나를 떠먹는다





아내는 비정규직인 나의

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다

아들이 군에 입대한 후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날 나는 물그릇에 밥을 말아 먹는다

흰 대접 속 희멀쑥한 얼굴이 떠 있다



나는 나를 떠먹는다

질통처럼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없어진 얼굴로 현관을 나선다

밥 벌러 간다

-이재무

당신을 떠서 온 가족이 먹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식구들 숟가락이 허공에서 부딪치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는 건더기 그득한 뚝배기에 당신 얼굴이 비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나를 떠먹다니 안쓰럽지만 자초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광활한 식탁에 물그릇 하나 달랑 놓고 밥 말아 자시고 있다니. 당신이 비정규직이라서가 아닐 것이다. 아들 빈자리에 입맛을 잃었거나, 먼저 일하러 간 아내가 ‘반찬 골고루 꺼내 드셔요’ 냉장고 문짝이며 식탁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나를 떠먹고 밥 벌러 가는 얼굴 없는 그대여.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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