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누적 체납액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1조 4000억 원이 넘는 체납액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중점 관리 대상’인 고액 체납자의 압류 재산을 임의로 해제하고 출국 금지를 풀어준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국세 체납 징수 관리 실태’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누계 체납액이 12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실 관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를 100조 원 미만으로 축소하는 계획을 세웠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각 지방청별로 20%의 감축 목표를 일률적으로 할당한 뒤 국세채권 소멸시효 기산점을 법령에 따른 ‘압류 해제일’이 아닌 ‘추심일’ ‘압류일’ 등 이전 시점으로 소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고액 체납자 1066명의 체납액 7222억 원에 대해서도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임의 처리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를 통해 2021년부터 3년간 총 1조 4268억 원의 국세채권을 위법하게 소멸시켰다.
서울지방국세청에서는 고액 체납자 일가에 대해 임의로 출국 금지를 해제해주고 와인과 명품 가방 등 재산의 압류를 풀어준 사례도 확인됐다. 앞서 서울청은 2015년 소득세 등 총 209억 원을 체납한 A씨와 그의 아들을 출국 금지하고 명품 가방 30점과 와인 1005병 등을 압류했다.
하지만 서울청은 2019년에는 추가 증빙 제출을 받지 않은 채 명품 가방을 ‘여성용’으로 A씨 배우자 소유로 추정된다면서 압류를 해제했고 2022년에는 와인에 대해서도 압류 해제했다. 또 A씨가 해외 페이퍼컴퍼니 소유의 고급 주택에 거주하고 고급 외제차를 이용하는 등 호화 생활 중임을 파악했으면서도 2022년 8월 그의 출국 금지 해제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소액 체납자의 압류 재산에 대해서는 장기간 방치해왔다. 감사원이 체납액 500만 원 미만 소액 체납자 56만 명의 부동산 압류 및 압류 해제 실태를 점검한 결과 1만 7545건이 공매 등의 절차 없이 5년 이상 장기 압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기산점을 임의로 적용해 징수권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일이 없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압류 및 출국 금지 해제 업무를 잘못 처리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 정리중체납 위주로 관리하다가 인력·조직의 한계로 장기간 관리되지 않았던 묵은 체납의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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