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선고를 사흘 앞둔 12일 폐암 발생의 81.8%는 흡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지난 2013년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한국 남성의 폐암 발생 예측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담배소송 대상자의 폐암 발생 위험 중 흡연이 차지하는 정도가 매우 높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모형은 1996~1997년 일반건강검진 수검자 중 암 과거력이 없는 30~80세 남성을 최대 2007년까지 추적해 개발됐다. 흡연상태, 하루 흡연량, 흡연 시작연령, 체질량지수(BMI), 신체활동, 연령 등의 위험요인을 고려해 8년 뒤 폐암 발생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건강보험연구원은 이 모형에 담배소송 대상자 중 30~80세 남성 폐암 자 2116명의 정보를 입력해 폐암 발생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흡연이 차지하는 정도가 81.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높을 수 있다고 본다.
2013년 당시 연구를 수행한 남병호 박사는 "담배소송 대상자의 BMI 등 건강지표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폐암 발생위험에서 흡연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폐암 발생에서 흡연이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희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는 "해당 모형은 선암 등을 포함한 모든 폐암에 대한 발생위험을 추정한 모형이므로, 담배소송 대상 암종인 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발생위험에서는 흡연이 81.8%보다 더 높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은 "이번 분석에서 동일 환자를 대상으로 흡연의 영향을 제외했을 때 폐암 발생위험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재입증하는 의학적 증거로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재판부의 판단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약 533억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흡연력이 20갑년(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 이상,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이면서 폐암 및 후두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급여 진료비다. 그러나 2020년 11월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질병이 흡연 외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는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건보공단은 이에 항소해 5년여 기간 동안 담배의 유해성과 제조사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12년을 끌어온 담배소송의 2심 판단은 오는 15일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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