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역에서 격화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희생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현지 통신 차단으로 인해 공식 집계된 수치보다 실제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소재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지 15일째를 맞은 이날 기준 최소 19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 전 발표된 51명과 비교하면 사흘도 안 돼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IHR은 이란 정부가 60시간 이상 인터넷과 통신망을 전면 차단한 상황을 지적하며 "미확인 정보를 종합하면 사망자가 2000명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9~10일 양일간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으며, 수도 테헤란의 한 영안실에서 시위 참가자로 보이는 수백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제보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의료진 증언도 참혹한 상황을 뒷받침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테헤란 소재 의사의 말을 인용해 "6개 병원에서만 217명 이상의 사망이 확인됐으며, 대다수가 실탄에 의한 총상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도 민간인과 치안 병력을 합쳐 최소 116명이 사망했고, 2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CNN은 의료진과 시위 참가자들의 증언을 통해 "병원에 시신과 중상자가 밀려들면서 시신이 겹겹이 쌓여 있는 광경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보안 병력이 군용 소총과 산탄총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제압했다고 증언했다.
이란 당국은 물리적 진압을 넘어 사법적 압박도 강화하는 양상이다. IHR의 마무드 아미리모가담 이사는 이란 검찰이 시위대를 '모하레베(신에 대한 적대)'라는 이슬람법상 중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사실상 사형 선고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통신 차단 이후 자행되고 있는 유혈 사태의 규모는 외부에서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는 국제 정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상황과 관련해 군사적 대응 방안을 실무 검토 단계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공습과 사이버 공격 등 복수의 옵션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즉각적인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 행정부가 이란 내 군사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중 타격 시나리오를 포함한 예비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민간인 살상이 계속되면 매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시위대가 외세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권은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의회 지도부 역시 미국의 군사 공격 시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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