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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희토류가 왜 그리 중요할까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독특한 전자구조·자성 띠어 대체불가

반도체·전기차 등 특정 공정서 필수

공급선 다변화하고 기술육성 병행을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지난주 중국 정부가 일본 정치권의 대만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으로의 이중 용도 물자 수출에 대한 강력한 통제 조치를 예고했다. 이들 물자에는 희토류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내 반발이 거세다. 희토류는 오늘날 첨단산업의 성능 한계를 규정하고 국가 안보 체계의 기술적 기반을 형성하는 핵심 원소군이다. 전기자동차 구동계와 풍력발전용 발전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 초고속 통신 인프라, 의료 영상 장비, 나아가 첨단 무기 체계에 이르기까지 현대 기술 생태계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희토(稀土)라는 명칭과 달리 희토류는 지각 내 극히 적게 존재하기보다는,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형태로 분리 정제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원소들이다. 이들 원소는 서로 화학적 성질과 이온반경이 거의 동일해 동일한 광물에 함께 존재하며 이를 개별 원소로 고순도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환경 부담이 큰 정제 공정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희토류는 자원 그 자체보다도 정제 기술과 공정 역량이 전략적 가치를 결정하는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에서 란타넘족 15개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들인데 대부분 +3, 그리고 조건에 따라 +2 혹은 +4의 산화 상태를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희토류가 독특한 전자구조와 자성, 발광 특성을 나타내게 하며 촉매·자석·광학·전자 소재 분야에서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개별 원소를 고순도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다단계 용매추출과 정제 공정이 필요하며 희토류 산업의 기술적 난이도와 비용 부담은 채굴보다 이 분리·정제 단계에 집중돼 있다.

란타넘과 세륨은 비교적 풍부한 경희토류로 석유화학 공정의 촉매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의 핵심 성분으로 사용된다. 특히 세륨 산화물은 미세 연마 특성이 뛰어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초정밀 유리 연마 공정에 필수적이다.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은 고성능 영구자석의 핵심 구성 원소로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발전기의 출력밀도와 에너지효율을 좌우한다. 여기에 디스프로슘이나 터븀을 소량 첨가하면 고온 환경에서도 자력이 유지돼 항공우주, 국방, 고출력 산업용 모터 등 보다 가혹한 조건에서도 활용이 가능해진다.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가격은 높지만 열적 안정성이 뛰어나 극한 조건에서 운용되는 군사 및 우주 시스템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로퓸과 터븀·이트륨은 디스플레이와 조명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한 대표적인 발광 원소들이다. 이들 원소 덕분에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와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구현됐다. 가돌리늄은 자기공명장치(MRI) 조영제로 널리 사용돼 현대 의료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으며 루테튬은 PET 영상용 섬광체로 활용돼 암 진단과 신약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희토류는 사용량은 적지만 특정 기능에서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며 일부 원소의 공급 차질은 첨단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즉각 연결된다. 이러한 과학적·기술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공급망은 극도로 편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채굴 단계뿐 아니라 분리 정제, 금속화, 영구자석 제조에 이르는 전 가치사슬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는 장기간에 걸친 정책적 투자, 환경 비용 감내, 내수 시장 확대, 그리고 하류 산업과의 연계가 누적된 결과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배터리·전기차·디스플레이·방산 등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자원 빈국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해외 광산 지분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희토류의 분리 정제 및 자석·소재 기술에 대한 중장기 연구개발과 산업화를 병행하고 사용 후 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장기 공급계약과 공동 투자, 미국·호주 등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산업 설계 단계에서 희토류 사용량을 최소화하거나 대체 소재를 활용하는 공학적 접근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흔히 보이지는 않지만 기술 성능을 결정짓는 이 17개 원소에 대한 안정적 확보 능력이 향후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국가 안보의 핵심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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