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계기로 체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은 그간 한·유럽연합(EU) FTA를 대체하며 양국 간 교역과 투자의 연속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존 협정은 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관세 철폐 중심의 협정 구조와 엄격한 원산지 기준은 글로벌 분업 체계 속에서 생산과 조달을 운영해온 기업들에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지난달 이뤄진 한영 FTA 개선 협상 타결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협정을 ‘FTA 2.0’으로 고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정의 핵심은 영국 진출 초기 투자 기업들이 겪어온 비자 관련 불확실성을 제도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이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은 공장 설립 초기 단계에서 엔지니어와 설비 설치 및 유지 보수 인력, 협력 업체 전문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간 비자 요건과 절차의 불확실성은 투자 결정의 리스크로 작용해왔다.
이번 협상 타결로 영어 능력 입증 부담이 없는 비자 유형 활용이 가능해졌고 협력 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게 됐다. 현지에서 만나는 지상사와 바이어, 산업 협회 관계자들 역시 비자 제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초기 투자 단계에서 핵심 인력이 적시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은 생산 안정성과 사업 일정 관리 측면에서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부 현지 파트너들은 한국 기업의 영국 투자 실행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성과는 변화한 글로벌 공급망 현실을 원산지 규정에 과감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지정학적 리스크와 팬데믹, 공급망 교란을 거치며 많은 기업이 생산 거점을 해외에 두거나 복수 국가로 분산시키고 원자재와 중간재를 글로벌하게 조달하는 구조로 전환해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특정 국가 내 높은 부가가치 비율을 요구하던 기존 원산지 기준은 기업 현실과 괴리가 컸다.
이번 협상으로 전체 공산품의 94% 이상에 대해 원산지 기준이 완화된 것은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FTA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영 수출의 핵심 품목인 자동차는 역내 부가가치 기준이 55%에서 25%로 대폭 낮아졌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핵심 광물과 소재를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수출 경쟁력과 산업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화장품 역시 국내에서 정제·혼합·배합 등 핵심 공정만 이뤄지면 특혜 관세 적용이 가능해졌고 K푸드는 원재료 조달 제약이 완화되며 영국 시장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 영국에서 K뷰티와 K푸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원산지 규정 완화는 우리 소비재 수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영 FTA 2.0은 단순한 협정 개정을 넘어 변화한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응하는 새로운 통상 인프라다. 아울러 정부와 유관기관, 현장 지원 조직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도 개선이 실제 기업의 투자 결정과 수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정보 제공과 밀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런던무역관은 개정 협정의 효과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 지원과 정보 제공에 적극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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