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개월 차에 접어든 국가교육위원회 2기가 중장기 대입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교위는 향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입시업계에서는 “2028 대입제도 시행 전부터 다음 단계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최근 '공교육 혁신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9~10월 진행된 '공교육 혁신방안 전문가 토론회' 내용을 의제별로 정리한 것으로, 향후 국교위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계획 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보고서는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한 대입 혁신 방안 중 하나로 '수능·내신 5등급 절대평가 전환 및 운영시기 통합'을 제시했다. 현행 대입제도의 경우 내신과 수능 모두 상대평가 9등급제로, 2028 대입제도는 수능 상대평가 9등급제·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절평 병기)로 운영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내신이 5등급제로 완화되더라도 여전히 1등급 진입경쟁은 치열할 것이며, 결국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자퇴 증가 등 수능 중심 입시의 문제점이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신과 수능시험의 균형을 맞춰 모두 ‘5등급 절대평가제'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수능의 경우 원점수 80점 이상을 1등급, 70~79점 2등급, 60~69점 3등급, 50~59점 4등급, 50점 미만을 5등급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미 절대평가로 운영되고 있는 영어 영역에 대해서는 “현 1·2등급 비율을 합치면 20% 수준으로, 사실상 5등급제 기준 1등급 분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9등급에서 5등급으로의 전환이 안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등학교 내신의 경우 성적 부풀리기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착 기간 동안 상대평가 요소를 일부 병행하자는 보완책도 제시됐다. 예를 들어 1등급 하한선을 최대 30%까지 설정하거나, 20% 초과~30% 이하 학생들에게 ‘1-’ 등급을 주는 보조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밖에 △통합사회 II·통합과학 II 신설 등 수능과목 확대 △서·논술형 수능 도입 등의 방안도 함께 담겼다.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돼온 대입제도 개편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시·정시 동시 실시 등 3가지 부분에 대해 17개 시도교육감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와 국교위에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지난달 ‘미래형 대입제도 제안’ 발표에서 2033학년도에 영어·한국사·제2외국어를 제외한 수능 과목을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2040학년도에는 수능을 폐지하자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서도 “국교위가 제안한 공교육 개선 방향에 깊이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이 경우 전례없는 입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 모집정원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절대평가 하에서도 어떻게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교육 열풍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1등급 내에 진입하기 위한 초접전 경쟁구도가 펼쳐지는 동시에 전례 없이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신 5등급제 전환에 따른 문제점 파악이나 2028 대입제도 시행 이후의 입결 영향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그 다음 대입 제도를 구상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불안정한 정책 프로세스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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