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여울의 언어정담] 동네책방의 새로운 도전, 아티스트 레지던시

작가

독립서점이 작가에 내준 따스한 공간

북토크 하고 글 쓰며 삶의 축복 느껴

책방의 저력, 아낌없는 환대서 나와





사람들은 제가 ‘동네책방에서 북토크나 강의를 한다’고 하면 ‘강연료가 얼마냐’고 묻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강연료 이상의 넘치는 보람을 느낀다고 답합니다.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많지요. 강연이라는 노동의 대가는 당연히 금전적인 보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작가로서, 강연자로서, 강연료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습니다. 주로 책방 주인의 1인 노동으로 운영되는 작은 공간에서는 그런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대신 책방에는 ‘열광적인 독자들’이 방문합니다. 30명이 강연을 들으면 30명 모두 책을 구입해 제 친필 사인을 받기도 합니다. 눈을 반짝이며 작가의 강의를 들어주고, 깊은 통찰이 담긴 질문을 던지는 독자들의 얼굴을 보면 열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작가로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그토록 열정적으로 들어주는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동네책방 북토크의 커다란 보람입니다.

동네책방만이 지니는 따스한 공간의 아우라가 있습니다. 책방 주인이 직접 정성 가득한 손글씨 편지로 책을 추천하는 모습을 보면 그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지요.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내가 왜 이 책을 사랑하는지를 묘사하는 사람들의 눈빛 속에 ‘책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라는 소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얼마 전 서래마을의 동네책방 ‘해금서가’에서 ‘다시 만난 월든’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오두막’을 꼭 닮은 해금서가 코티지에서 톱밥난로(펠릿)를 켜놓고 무릎담요를 덮은 채 강연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며 ‘여기가 바로 월든이로구나’라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해금서가 대표 천지윤 님의 아름다운 해금 연주에 제 피아노 반주가 곁들여져 동네책방 미니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를 연주하며 우리는 책과 음악과 사람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일상 속의 눈부신 축제를 경험했습니다. 올해도 오직 동네책방만이 지닐 수 있는 따스한 사람의 온기, 책을 향한 열정, 아날로그적 삶의 축복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더욱 많아지기를 꿈꿉니다.

3년 차 독립책방 주인 천지윤 대표는 작가에게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제안합니다.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장소로 서점을 개방하겠다는 것입니다. 책방 주인이 엄선한 책들, 온갖 추억이 방울방울 맺혀 있는 LP레코드들 속에서 글을 쓰는 기쁨이라니. ‘이런 곳에서 글을 쓰면 새로운 문장이 절로 샘솟을 것 같다’는 작가의 혼잣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해준 것입니다. 3박4일간 서점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작가로 살아가는 축복은 바로 이런 아름다운 존재들의 따스한 응원과 공감임을 느낍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무슨 조건이 있냐고, 내가 서점을 위해 뭔가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아무 조건도 없다며 해맑게 미소 짓는 대표님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장소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환대의 용기, 그 속에 동네책방이 지닌 무한한 저력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