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언론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러시아군이 실제로 전차와 장갑차 등을 이끌고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국제 사회가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 가성비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러시아의 기갑부대를 막아낸 영향이 컸다. 앞으로 벌어질 ‘인간 없는 전쟁’의 서막을 알린 역사적 사건이다. 병력만 1만 5000명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기갑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목격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신간 ‘얼굴 없는 전쟁’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드론 전쟁으로 기록될 만큼 전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갓성비’ 무기 드론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전쟁의 모습과 위험성에 대해 짚는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충격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개전 초기만 해도 튀르키예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전쟁의 스타였다. 대당 가격이 500만 달러인 이 중형 드론은 러시아 기갑부대의 전진을 막아내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유튜브에 올라온 수십억 원짜리 러시아 전차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은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진짜 무기 혁명은 이후에 일어났다.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드론의 등장이다. 취미용으로 만들어진 이 드론을 우크라이나군이 개조했는데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중국제 드론 프레임에 카메라와 조종 장치를 달고 수류탄이나 로켓추진유탄(RPG) 탄두를 케이블 타이로 묶으면 끝이다. 비용도 대부분 50만 원 안팎이다.
이처럼 드론은 값 비싼 무기와 전통적 군부대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서 더욱 중요하게 짚을 것은 드론과 AI의 필연적 만남이다. 전장에서 표적을 찾아 식별하는 일은 원래 영상 판독병이나 드론 조종사의 몫이었으나 이제는 AI 컴퓨터 비전 기술이 이 작업을 대신한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에 따르면 영상 판독에 인간의 개입을 99%까지 줄였다.
AI의 진짜 강점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전장에서의 AI 활약상을 보면 충격적이면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 스스로 만든 ‘괴물’인 AI 무기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무기는 방아쇠를 당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이 통제했다. 그러나 AI 무기는 알고리즘이 스스로 표적을 식별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한다. 생사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이 배제되는 것이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 파헤친 AI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는 깊은 고민을 안긴다.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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