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5년 만에 “진짜 음식을 먹어라(eat real food)”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국가 차원의 식생활 지침을 전면 개편했다. 김치까지 등장한 이 식단 개편이 미국인의 식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공식 발표했다. 이 지침은 학교 급식, 군 급식, 저소득층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 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영양 정책의 기준이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가 구호를 넘어 정책으로 구현된 첫 사례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수십 년 동안 미국인은 점점 더 아파졌고 의료비는 치솟았지만, 정부는 기업 이윤을 지키기 위해 가공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거짓말을 해왔다”며 “오늘로 그 거짓말은 끝난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첨가당에 대해 “정부가 전쟁을 선포한다”고 표현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새 지침의 핵심은 초가공식품 배제다. 소시지, 과자, 쿠키, 냉동식품처럼 여러 단계의 산업적 가공을 거친 식품과 인공 감미료, 색소, 보존제가 포함된 제품은 피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됐다. 탄산음료와 에너지드링크, 가당 과일주스도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한 끼 식사당 첨가당은 10g 이하로 권고돼, 기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반대로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지방과 육류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저지방’ 중심의 과거 기조에서 벗어나 전지 유제품(우유·치즈·요거트) 섭취가 허용됐고, 조리용 지방으로는 올리브유를 우선하되 버터나 소기름(우지)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단백질 섭취 권장량 역시 체중 1㎏당 1.2~1.6g으로 대폭 상향됐다. 붉은 고기와 달걀, 가금류, 해산물 등 가공되지 않은 동물성 단백질이 식단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김치’의 등장이다. 새 지침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건강의 핵심 요소로 꼽으며 김치, 된장, 사우어크라우트, 케피어 등 발효식품 섭취를 공식 권장했다. 초가공식품과 보존제가 장 건강을 해친 만큼, 발효식품과 채소·과일 등 고섬유질 식품으로 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의 공식 식단 지침에 김치가 대표적 건강식으로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지침을 두고 “미국 식문화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육류 소비가 이미 많은 미국 사회에서 단백질 권고 확대가 과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다만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이 비만과 당뇨, 심혈관 질환을 키웠다는 문제의식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 성인의 약 70%가 과체중·비만이고, 청소년 3명 중 1명이 당뇨 위험군에 속한 현실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지침을 “건강을 되찾기 위한 상식으로의 회귀”라고 규정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ftershoc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