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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없었으면 전원 생존"… 국토부, 규정 미준수 첫 인정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전문가와 미국 보잉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를 살펴보고 있다. 2024.12.31. 뉴스1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참사’ 당시 항공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소재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더라면 탑승객 전원이 중상자 없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역시 해당 시설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안전한 형태로 개선이 필요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에 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항철위는 지난해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 피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학회는 기체와 활주로 등을 가상 모델로 구현해 슈퍼컴퓨터 분석을 통해 여객기와 둔덕의 충돌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사고기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을 경우 동체 착륙 후 일정 거리를 활주한 뒤 멈춰 서면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가 아닌 ‘부서지기 쉬운 구조’로 만들어졌다면 항공기는 공항 보안 담장을 뚫고 인근 논밭으로 미끄러져 나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경우에도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연구 결과는 확정된 조사 결론은 아니지만, 사고 피해 규모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해 온 항공업계 안팎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최근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 시설이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미부합했다"며 “2020년 개량 사업 당시 규정에 따라 정밀 접근 활주로 착륙대 종단에서 240m 이내에는 부러지기 쉽게 개선했어야 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둔덕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에는 ‘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후 2025년 1월 박상우 당시 장관이 “규정의 물리적인 해석만 따른 것은 아쉽다”고 언급했지만, 명시적인 규정 미준수 인정은 하지 않았다.

로컬라이저 시설 안전 규정은 2003년 제정돼 무안공항 개항(2007년) 이후인 2010년부터 적용됐다. 특히 2020년 5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진행된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 당시에도 해당 규정은 유효했던 만큼 시설 개선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책임론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당시 개량 공사 설계 용역 입찰공고에는 '부서지기 쉬운 구조(Frangibility) 확보 방안 검토'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실제 용역 착수·중간·최종보고회 발표 자료에는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둔덕이 없었다면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면서 둔덕에 문제가 없다던 정부의 입장도 뒤집혔다”며 “부서지기 쉽도록 지어졌어야 할 둔덕이 죽음의 고개가 된 실체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계부터 부실한 개량 공사까지 관련자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사가 확대돼야 한다"며 “국정 조사에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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