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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M&A 취득 자사주, 소각의무서 제외해야

■유원석 강남대 상경학부 교수

기업결합·산업 재편 속도 늦추고

경쟁력 약화·투자 위축 가능성도

특정 자사주엔 합리적 예외 필요

유원석 강남대 상경학부 교수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공공·규범적 목적에서 출발한 제도다. 기업의 자기주식 활용을 주주 환원과 자본시장 신뢰 제고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 다만 법과 제도는 목적의 정당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규범이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용 범위와 기준이 법체계 안에서 정합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자기주식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이 주주 환원을 목적으로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매입한 자기주식과 인수합병(M&A)이나 주식 교환 등 기업결합 과정에서 발생한 자기주식은 취득 원인부터 다르다. 후자의 경우 기업이 선택한 것은 자기주식 취득이 아니라 합병이나 구조조정이라는 법률행위 전체였다. 자기주식은 그 과정에서 파생된 결과물에 가깝다.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소각을 강제할 경우 상법 체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해진다. 현행 법체계에서 자기주식의 소각은 자본금 감소, 즉 감자로 이어지며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채권자 보호 절차를 전제로 한다. 특별결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기업은 소각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고 법을 지키려다 법 위반 상태에 놓이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부분이 다소 낯설 수 있다. 통상 기업이 시장에서 현금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경우 그 재원이 이익잉여금인 만큼 소각 시에도 자본잉여금 감소로 처리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합병이나 주식 교환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은 잉여금으로 매입된 주식이 아니어서 이를 소각할 경우 잉여금 차감 방식의 정합성이 문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적·실무적으로 자본금 감소, 즉 감자 절차가 요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채권자 보호 절차가 불가피하게 수반된다. 법이 감자에 대해 채권자 보호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자본금이 채권자에게도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설령 감자 결의가 통과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채권자 보호 절차는 회사의 재무 상태와 무관하게 채권자의 이의 제기를 허용한다. 그 결과 기업은 채무 변제나 담보 제공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은 소각 의무 이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기업의 유동성과 신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이 필요한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M&A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수록 기업결합 자체가 위축되고 산업 재편의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 주주 보호를 위한 규범이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제도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가 돼 더 큰 차원에서 제도를 다시 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비자발적으로 취득하게 된 자기주식을 소각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소각 원칙을 허무는 것이 아니다. 취득의 자발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적용 대상을 합리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없다면 제도는 주주 보호와 직접 관련이 없는 법적 혼란과 책임 문제를 증폭시키고 더 나아가 금융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핵심은 원칙의 유지와 예외의 정교화다. 주주 환원 목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소각 원칙을 분명히 하되 합병 등으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특정 목적의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합리적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이는 상법 체계의 일관성과 제도의 실효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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