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 7월부터 출국세를 세 배로 인상한다. 현재 1인당 1000엔인 국제관광여객세를 3000엔(약 2만 77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항공권과 선박 요금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이 세금은 일본에서 출국하는 사람에게 부과된다.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출국세 수입은 1300억 엔(약 1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난 재원은 교통 혼잡과 과잉 관광 등 관광객 증가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같은 시기 우리는 출국납부금 인하를 ‘국민 부담 완화’로 받아들였다. 두 나라의 선택은 금액 차이가 아니라 관광 재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출국납부금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핵심 재원으로 지역 관광 기반 조성, 인력 양성, 중소 관광 사업체 지원 등 산업의 기초를 떠받쳐 왔다.
코로나19는 관광이 외부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냈다. 관광은 가장 먼저 멈췄고 가장 늦게 회복됐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한 것은 시장의 자생력보다 공적 재정이었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인하냐 인상이냐’가 아니라 관광산업을 어떤 재정 구조로 지킬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출국납부금은 업계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부담해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의 질을 공동으로 유지하는 재원이다. 몇 천 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관광의 질이 낮아진다면 그 비용은 결국 여행객에게 되돌아온다. 현장에서는 출국납부금 인하의 여파가 이미 나타난다. 지역 관광 예산이 줄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국내 관광 활성화 사업이 축소·중단되고 업종별·지역별 관광 진흥 사업도 위축되고 있다. 이는 관광 서비스의 질과 지속 가능성에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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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 구조다. 출국납부금이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재정 설계, 집행, 사후 관리 전반에 걸쳐 책임 있는 컨트롤타워와 투명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활용 범위도 넓혀야 한다. 감염병 확산, 해외 재난, 국제분쟁 등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해외여행 안전을 지원하는 역할은 관광 정책에 대한 신뢰와 연결된다.
이제는 단기적 부담 완화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 수요 증가가 만들어내는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관리할지에 맞춰 적정 규모를 설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1인 당 3만 원 수준의 출국납부금은 인프라 유지·관리, 인력 확충, 과잉 관광 대응, 재난 시 안전 지원까지 감당할 현실적 규모다. 다만 일괄 인상이 정답일 수는 없다. 단계적 조정, 위기 대응 장치, 수혜·부담의 형평성 원칙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 중앙과 지역, 현장을 잇는 논의의 장이 상시로 작동해야 한다. 재원이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는지 공개하고 성과를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면 ‘세금’이 아니라 ‘투자’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다. 동시에 관광객 증가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원칙을 분명히 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출국납부금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선택이다. 일본은 올렸고 우리는 낮췄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비싸냐가 아니라 관광을 미래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출국납부금은 여행을 막는 돈이 아니라 여행의 질과 안전,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공동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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