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돕는다는 이른바 ‘꿀잠 음료’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커지고 있지만, 그 효과를 둘러싼 과학적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4일(현지시간) 리얼클리어사이언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수면 음료 열풍의 배경에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7%는 하루 7시간 이상이라는 권장 수면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말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 성인의 57%가 “잠을 더 자면 컨디션이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소비 행태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성인 22%가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음료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3년(약 16%)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밤에 와인 대신 마시는 ‘슬리피걸 모크테일(Sleepy Girl Mocktail)’이 유행하며 수면 음료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핀스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분말 음료를 포함한 수면 보조제 매출은 약 1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4% 증가한 규모다. 바로 마시는 액상 수면 음료 매출 역시 180만달러(한화 약 26억원)에서 271만달러(한화 약 39억원)로 확대됐다.
유통 채널도 다변화되고 있다. 수면 음료는 온라인몰을 넘어 공항 키오스크, 호텔 매점 등 일상적인 공간으로 진입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1년 새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고, 다른 업체들 역시 연간 성장률이 100%를 넘는 등 시장 확대 흐름에 올라탔다.
대표적인 수면 음료 제품들은 마그네슘, 아미노산 L-테아닌, 아슈와간다, 사프란 등 다양한 성분을 조합해 ‘잠들기 전 루틴’으로 소비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핫코코아나 베리, 라테 등 디저트에 가까운 맛을 앞세워 심리적 장벽을 낮춘 점도 특징이다.
다만 효과에 대한 과학적 평가는 신중하다. 플로리다국제대 의과대학의 수면 전문의 제니퍼 L. 마틴은 “수면 음료에 포함된 성분들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의 영양의학 교수 마리-피에르 생옹주 역시 “비타민 B6와 아연처럼 멜라토닌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영양소가 수면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멜라토닌 자체는 불면증 치료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으며, 시차 적응이나 단기 사용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에는 멜라토닌과 심부전의 연관성을 제기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부작용 우려도 있다. 수면 보조 음료는 일부 처방약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마그네슘은 위장 장애를, 고용량 멜라토닌은 아침 졸림을 유발할 수 있다. 잠들기 직전에 음료를 마실 경우 야간 배뇨로 수면이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전문가들은 수면 음료 효과의 일부가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잠 오는 음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행위 자체가 긴장을 완화하고 잠들기 쉽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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