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헌금’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제명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탈당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당내에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잇단 의혹이 국민의힘에 공격 빌미를 제공하며 지지율 악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당은 사태의 파급효과에 예의 주시하며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제명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손으로 탈당을 하지는 않겠다”며 “당을 나가면 정치를 더 할 이유가 없다. 그 혐의로 정계 은퇴를 하더라도 탈당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은 했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부분의 것들은 입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 달라. 대부분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사퇴 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나서 ‘탈당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강선우 의원 측이 김경 서울시 의원 후보에게 1억 원의 공천 헌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이미 그의 사퇴 전부터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과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 등과 고가의 오찬을 가졌다는 의혹, 배우자의 지역구 구의원 업무 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등을 받아오던 터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당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에 난처한 모습이다. 각종 의혹에도 김 전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키며 악영향이 당에 전이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사퇴 이후에도 추가 폭로가 잇달아 나오며 의혹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일 이수진 전 의원이 “김 전 원내대표가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담은 탄원서가 2023년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의 김현지 보좌관(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됐으나 묵살됐다”고 폭로하며 의혹이 김 전 원내대표 개인을 넘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은 김 전 원내대표 의혹의 파급효과가 당 전반으로 번지지 않도록 즉각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수진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 “어느 정당이든 선거 시기가 되면 공천과 관련한 투서가 난무한다. 이러한 투서들은 당이 정한 선거 사무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다뤄진다”며 “당 대표의 국회의원 보좌관이 투서를 당에 전달하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하나. 선거 사무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의혹을 고리로 공세를 퍼붓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이 전 의원의 말을 빌려 김 실장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 의혹이 당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에 ‘공천 암행어사단’을 꾸리는 등 시스템 보완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암행어사단원은 시도당별로 한 명씩 비공개 요원을 선발해 지선 공천 관련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게 될 것”이라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전광석화 같은 신속성과 무관용 원칙으로 윤리심판원의 심판을 기다리기보다는 당 대표 직권으로 비상 징계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선우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한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징계 수위를 두고도 고심 중이다. 정 대표는 당 윤리심판원의 신속한 징계 결정을 요청한 상태다. 윤리심판원은 12일 회의를 열고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대면 조사와 징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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