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현장에서는 강연장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자유 무역을 침해하고 고립주의를 자처하는 관세정책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경제학자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비판 여론이 높았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침해 시도, 인공지능(AI) 및 가상화폐·금융 규제에 대한 무분별한 완화 조치, 소득·소비 양극화를 부추기는 감세정책, 패권 약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리한 외교 갈등, 근거 없이 유색인종 유입에 반대하는 이민정책 등을 두고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강연장에서 취재진과 별도로 만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충격을 받은 저명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로고프 교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 뉴욕연은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가치 안정형 디지털 자산)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를 위한 자금줄”이라며 “가상화폐 이해 집단이 거액을 기부한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큰돈을 벌어들였기에 나는 매우, 매우, 매우 회의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로고프 교수는 관세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차트를 걸어놓고 동그라미를 쳐가며 자유 진영을 운영하고 있다”며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상기해야 되고 부채 계획을 세울 때 경제성장에 대해 덜 낙관적인 전망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어차피 내 말은 아무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고프 교수뿐 아니라 이날 모인 학자들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혹평을 내놓았다. 일부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시기가 지나가더라도 부작용을 완전히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B존슨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노믹스는 존재하지도 않은 경제이므로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레이거노믹스에는 통화주의와 공급 중시 경제학을 결합한 일관된 교리가, 빌 클린턴 행정부에는 세계화 모델이라는 논리가 있었는데 트럼프노믹스에는 어떤 이론이나 전략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자신과 자기 회사의 부를 추구하는 과두 지배자들의 위원회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승리해 모든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중국은 이미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다”며 “미국의 에너지 국경도 이제 페르시아만(灣)만이 아니라 캐나다·베네수엘라가 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구조와 불평등을 연구하는 영국 리즈대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 게리 딤스키 응용경제학과 교수는 △무역·생산 고립주의 △미국 달러화의 안전자산 특권 약화 △인종·민족적 분열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유발한 삼중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으로 꼽았다. 딤스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원인이 된 은행 규제 완화 법안에 서명했는데 2기에도 금융 규제를 더욱 줄이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적자와 외국 자본 유입에 의존하는 게임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AI 열풍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층화 경제학의 선구자인 데릭 해밀턴 더뉴스쿨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정책을 자신과 측근들의 이익을 위해 갈취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증거가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아예 ‘사기꾼들의 우두머리(grifter in chief)’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루카스 보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도 관세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약 1.5% 감소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2019년에 관세를 철회하기만 했어도 미국의 생산이 이후 3년간 3%는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네테 비싱예르겐센 미국 연준 수석고문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불확실한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업률, 구인·구직 비율 등 지표가 너무 많아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물가가 올라 사람들이 더 자주 이직하는 탓에 고용지표가 바뀌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는 “올해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신중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노동시장이 안정되면 하반기에 금리를 추가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폴슨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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