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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비하인드] 벤치마크 파운드리, AI반도체 육성 '열쇠'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반도체공동연구소장

칩 수요기업 맞춤형 성능평가 제공

KS마크처럼 국가가 검증체계 도입

국산반도체 신뢰 확보·사용 이끌어야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최근 정부가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엔비디아’ 계획을 발표했다. 국산 반도체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요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공공 조달 체계에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포함하고 수요 기업과의 공동 개발·실증을 지원하며 국방·치안 등 공공 분야에서 국산 NPU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타당하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국산 반도체가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입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과정이다. 초기에는 국산 반도체 도입을 추진했으나 실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클라우드 업체들의 부정적 의견이 반영되면서 최종적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만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정부 지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국산 반도체의 채택에 상당한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직접적인 수요처 발굴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수요 확대를 지원할 방법이 있다. 바로 국가가 제품 성능을 인증해 신뢰 기반을 마련하고 실질적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 KS 규격을 통해 제품 성능을 공식 인증해주던 KS 마크처럼 AI 반도체 성능을 국가가 검증하는 체계를 도입할 수도 있다.



물론 AI 반도체 성능 인증은 KS 마크보다 훨씬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기업이 기술력을 입증하는 방식은 벤치마크이며 이는 표준화된 시험 프로그램을 활용해 칩의 연산 성능을 수치화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성능 평가에 사용되는 ‘긱벤치’ 점수가 대표적인 예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MLPerf(Machine Learning Performance)가 대표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국산 AI 반도체 기업들도 MLPerf 점수로 성능을 홍보하지만 이 점수만으로 수요 기업이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자사 환경에서의 성능과 장시간 운용 안정성 등 실제 적용에 필요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 기업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단순히 벤치마크 점수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수요 기업이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에 맞춰 테스트를 조정하고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는 벤치마크 점수를 넘어 신뢰 가능한 레퍼런스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반도체 파운드리가 공정 기술과 기본 설계도를 기반으로 고객의 설계 요구에 맞춰 칩을 제작하듯 표준 벤치마크를 바탕으로 고객사 맞춤형의 신뢰도와 성능 평가를 제공하는 ‘벤치마크 파운드리’ 역할에 해당한다.

이러한 ‘벤치마크 파운드리’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 운영된다면 수요 기업과 반도체 기업을 연결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또 대학에서 학생들이 이 벤치마크를 활용해 국산 반도체를 경험한다면 졸업 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며 국산 반도체 사용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벤치마크 파운드리’를 지원함으로써 국산 반도체가 시장에서 첫 신뢰를 확보하고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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