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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AI 뜨고 코인 지고, 韓개인 美주식 47조원 샀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08>

'산타랠리' 없었지만…뉴욕 3대 지수 10~20% 상승

AI 열풍에…나스닥은 107년 만에 최대 거래소 등극

엔비디아 시총은 獨GDP 돌파…서학개미, 구글 매수

불확실성에 금·은 가격 최고…달러·유가·코인은 폭락

美경제 새해도 견조…"S&P500, 두 자릿수 오를 것"

마르티나 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최고경영자(CEO). S&P글로벌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나스닥종합지수와 함께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로 꼽히는 S&P500지수를 관리하는 S&P다우존스지수의 모회사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2000년 미국으로 건너온 청 CEO는 2010년 S&P글로벌에 합류해 2024년 11월 CEO로 취임했다. S&P500지수는 2025년 1년간 16.3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S&P 글로벌 링크드인




2025년 미국 금융시장이 막을 내린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주를 필두로 뉴욕 증시가 10~20%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는 AI 혁명에 대한 기대로 사상 최대액인 47조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서학 개미들은 특히 2025년 오픈AI의 ‘챗GPT’를 위협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이 회사가 자체 AI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한 ‘제미나이 3.0’으로 ‘AI 거품론’을 일부 불식시키자 곧바로 뭉칫돈을 투자했다. 2025년 금융시장에서는 금값 상승률과 은의 명목 가격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과 제2차 ‘오일 쇼크’, 은 파동이 있던 1979~1980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의 가치도 함께 상승한 결과였다. 이에 반해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와 중동의 증산 소식으로 1년간 20%나 떨어져 수요 자체가 급감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달러화 가치는 관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유도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10·12월 연속 금리 인하에 힘입어 한 해 동안 9%나 급락했다. 한국의 원·달러 환율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외환위기 때를 넘어선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투자 위험성이 부각한 가상자산 시장은 10월초 최고점을 찍은 뒤 2022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내림세로 끝났다.

AI 열풍에 나스닥, 연간 20% 상승…107년 만에 최대 거래소 교체, 엔비디아 시총은 獨GDP 돌파


2025년 마지막 날인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중개인인 마이클 피스틸로와 피터 터크먼이 ‘2026’ 모양의 안경을 쓰고 익살스럽게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31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74%), 나스닥종합지수(-0.76%)는 크리스마스 휴장 직후인 지난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마감했다. 연말 연휴 기간을 맞아 특별한 재료 없이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월가가 기대했던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S&P500과 나스닥지수 모두 이번 주에는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11월 1.51% 내린 데 이어 12월에도 약보합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연말 하락장에는 연준이 1월 27~28일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부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월 금리 동결 확률을 85.1%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 83.4%에서 더 올라간 수준이다.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16.6%에서 14.9%로 내려갔다. 30일 연준이 공개한 12월 FOMC 회의록에서 많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며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줬다.

연말엔 하락장으로 끝났지만, 2025년 연간으로 보면 3대 주가지수는 AI 열풍에 힘입어 3년 연속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2025년 한 해 동안 S&P500지수는 16.39%, 다우지수는 12.97%, 나스닥 지수는 20.36% 치솟았다.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에 한 차례 폭락했던 뉴욕 증시는 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이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0월 29일 사상 최초로 5조 달러(약 7110조 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 큰 수준이었다.

AI 열풍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 거래소로 도약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총이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년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를 뛰어넘은 지 107년 만의 일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세계거래소연맹(WFE)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나스닥의 시총은 6월 말 31조 9635억 5975만 달러(약 4경 7130조 원)를 기록해 30조 8384억 849만 달러(약 4경 5471조 원) 규모의 뉴욕증권거래소를 처음으로 제쳤다. 나스닥의 시총은 10월 말 35조 6731억 8469만 달러(약 5경 2600조 원)까지 불어 뉴욕증권거래소(32조 3129억 9526만 달러)와의 격차를 점점 벌렸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도 대부분 뉴욕증권거래소가 아닌 나스닥에서 이뤄지고 있다.

‘구글 집중 매집’ 서학개미 미국 주식 47조원 순매수 ‘사상 최대’…안전자산 금·은 가격 사상 최고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 열풍은 2025년 정점을 찍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2025년 들어 31일까지 미국 주식을 324억 6326만 달러(약 47조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105억 450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2024년의 3배가 넘는 수치로 역대 최대액이다. 서학 개미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정도로 미국 증시 투자 광풍이 불었던 2021년(207억 9181만 달러)보다도 56.5%나 더 많다.

종목별로 보면 서학 개미들은 2025년 알파벳 주식을 가장 많은 6억 454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서학 개미들의 알파벳 순매수 규모는 각종 상장지수펀드(ETF)보다도 더 많은 수준이었다. 서학 개미들은 이 밖에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1억 3170만 달러), AI 클라우드 회사 오라클(1억 3157만 달러), 가상자산 기술 업체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8722만 달러), 동영상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8277만 달러) 등도 많이 매집했다. 시총 1위와 3·4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각각 5561만 달러, 6009만 달러, 5093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주식 추가 매집과 기존 보유 지분 가치 상승으로 서학 개미 보관 금액도 2024년 말 1121억 182만 달러에서 1634억 8064만 달러로 513억 7883만 달러(약 74조 3450억 원)나 증가했다. 보관금액 기준으로는 전기차 열풍이 불 때 집중 매수 대상이 됐던 테슬라가 여전히 280억 8965만 달러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엔비디아(178억 7169만 달러), 팔란티어(65억 5058만 달러), 알파벳(64억 5956만 달러), 애플(45억 6225만 달러) 등의 순으로 많았다. 아시아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이 점점 늘다 보니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은 24시간 거래 체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금 가격은 연간으로 64% 정도 상승하며 1979년 상승률 기록을 깼다. 금 가격은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3일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까지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해상 봉쇄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린 여파가 컸다.

은 가격은 무려 140% 이상 올랐다. 은값은 10월 13일 트로이온스당 50달러 벽을 넘어서며 1980년 1월 은 파동 당시 기록한 역대 최고 명목 가격 48.7달러를 45년 만에 경신했다. 은 파동은 미국 텍사스주 석유 재벌인 헌트 가문의 형제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에서 현물 은을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은 선물 계약을 대량 매수해 가격 폭등을 유발한 사건이다. 당시 은 선물 가격은 미국인들이 공급량을 늘리고 규제 당국이 개입하자 따라 곧장 폭락했다. 2025년 금과 은 가격은 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가 연말 귀금속 증거금 인상 방침을 공고하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달러 가치는 9% 급락, 국제 유가 20% 폭락, 비트코인 7% 하락…월가 “2026년에도 S&P500 두 자릿수 상승”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에 있는 ‘돌진하는 황소’ 동상. 증시 활황을 상징한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금과 은 가격 급등에는 달러 약세도 한몫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024년 말 108.13에서 2025년 12월 31일 98.32까지 내려갔다. 1년 동안 하락폭이 9.1%에 달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금본위제를 끝내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던 1973년 3월의 달러 가치를 100으로 놓고 볼 때, 현재 가치가 그보다 더 낮아졌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재집권 초반부터 달러 약세를 부추긴 데다 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3회 연속으로 내린 영향이 연쇄적으로 반영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원·달러 환율은 12월 1480원 선까지 솟구치며 연평균 1421.9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1394.9원)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애꿎은 서학 개미를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국제 유가는 2025년 내내 약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의 하락세는 각종 경기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경제가 생산성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에서 버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년 동안 19.9% 떨어져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20.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WTI의 2월 인도분 가격은 31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0.91% 하락하며 배럴당 57.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기대가 커졌던 12월 중순에는 배럴당 55달러대까지 밀리며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로 원유 공급이 더 늘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연중 급등락을 반복했던 가상자산 가격도 연말 들어 빠르게 내렸다. 31일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날 장중 8만 7000달러대를 기록해 연초보다 약 7% 하락했다. 2022년 이후 이어진 상승세가 2025년 들어 처음 꺾인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한 시장 육성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에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4월 관세 정책 발표로 폭락했다. 이후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가치 안정형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이른바 ‘지니어스법’이 제정되자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시작된 10월 초에는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인 ‘디지털 금’으로 보는 투자 심리가 확산하면서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12만 6000달러까지 넘어섰다. 그러다 미중 무역 갈등, 사상 최대 190억 달러 규모 레버리지(차입) 포지션 강제 청산 등이 이어지며 11월에는 2021년 이후 4년 만의 월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2026년에도 미국 주식시장이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대체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AI 사업의 수익성이 주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중간중간 횡보장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할 확률은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2026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이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도 강세장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CNBC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월가 전략가들은 2026년 S&P500지수가 또 한 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CNBC는 “1928년 이후 2025년 S&P500의 상승률보다 성과가 좋았던 해는 46차례, 저조했던 해는 51차례였다”며 “2025년 성과는 매우 흔한 수준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928년 이후 S&P500이 10~20% 상승한 23개 연도를 보면 그 다음 해에 70% 확률로 지수가 더 올랐다”며 “이듬해 상승률의 중간값은 11.8%였고, 이는 2026년에도 이 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측이 맞다면, 2026년에도 서학 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순매수할 가능성이 낮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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