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견됐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견됐다’는 글이 빠르게 퍼졌다. 조회수는 수 시간 만에 수억 회를 넘겼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우한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 27명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7명은 중태”라고 전했다. 환자 상당수는 화난 해산물 도매시장과 연관돼 있었다.
한국 언론도 같은 날 이 소식을 전했다.
◇‘원인 불명 폐렴’에서 ‘국경을 넘은 바이러스’까지=그 이후로도 한국 사회는 잠잠했다. 원인 모를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은 ‘중국의 지역 이슈’에 가까웠다. 2019년 12월 31일부터 약 20일 동안, 일상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종 바이러스 관련 뉴스는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연말연시 모임과 여행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대다수는 “아직 국내와는 무관하다”는 인식에 머물렀다.
변화는 2020년 1월 20일에 시작됐다.
중국 우한에서 출발한 항공편으로 입국하려던 중국인 여성이 하루 전인 19일 공항 검역 과정에서 발열 증상을 보였다. 그는 선별 진료 대상이 돼 격리됐고,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첫 확진자였다.
◇‘확진자’라는 꼬리표…우리는 서로를 경계하게 됐다=그 순간부터 뉴스의 속도는 달라졌다. 2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확산은 경계의 대상이 됐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기 위해 동선이 공개됐고, 사람들은 그 경로를 따라 움직인 이들을 지켜봤다. 비난도 뒤따랐다.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해외 방문 이력이 없는 이 환자를 기점으로 감염은 급격히 확산됐다. 며칠 뒤 다수의 확진자가 신천지 종교시설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수백 명으로 늘었고, 병상은 빠르게 차올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료를 기다리다 자택에서 숨진 사례도 발생했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다…팬데믹의 선언=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학교 개학은 연기됐고, 공공시설은 문을 닫았다. 약국 앞에는 새벽부터 줄이 늘어섰다. 마스크는 ‘있으면 쓰는 물건’에서 ‘없으면 불안한 생필품’이 됐다.
기침 소리는 경계의 신호가 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을 선언했다. 국경은 닫혔고, 도시들은 멈췄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까지 버텼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면회가 금지된 병동, 병상 배정을 둘러싼 긴박한 판단들이 이어졌다. 병원 밖에서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 먼저 무너졌다.
◇코로나19는 지나갔지만, 상흔은 남았다=2021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상황은 전환점을 맞았다. 변이 바이러스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2023년 방역 체계는 단계적으로 완화됐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고, 확진자 수는 더 이상 매일 속보가 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코로나는 종식 국면에 들어갔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후유증으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생존자들, 빚을 떠안은 채 문을 닫은 가게들. 코로나는 지나갔지만 상흔은 남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사람들 사이에 남은 거리감을 만들었다. 코로나19 시절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에게 마스크 없는 얼굴은 오히려 낯설다고 했고, 사람 사이의 거리는 쉽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코로나19는 사회를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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