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사상 최대 규모 대(對)대만 무기 수출에 반발해 이틀에 걸쳐 ‘대만 포위 훈련’을 진행했다. 이번 훈련은 육·해·공·로켓군 병력을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로 전개됐다. 중국 측이 발표한 훈련 구역 범위가 대만 섬에 최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30일 중국중앙TV(CCTV)와 AFP·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 포위 훈련 이틀째인 이날 대만 북부와 남부 해역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은 대만에 가장 가까운 본토 지역인 푸젠성 핑탄에 있는 자사 기자들이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최소 10발의 로켓이 발사돼 날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전 훈련 상황을 상세히 전했던 동부전구는 대만 섬 동부 해역 훈련 내용도 이날 오후 공개했다. 강습상륙함, 구축함, 호위함, 무인기 등 병력이 동원된 이 훈련은 정예 병력의 돌파 및 기습, 주요 항만 장악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날 시작된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은 해·공군의 전투 대비 순찰과 종합 통제권 탈취, 주요 항만·지역 봉쇄, 외곽·입체 차단 등이 중점 훈련 목표라고 동부전구는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해양안전국이 전날 실사격 훈련 구역 두 곳을 추가로 지정함에 따라 이번 '정의의 사명 2025' 훈련은 훈련범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인근에서 중국 군용기 130대와 중국 함정 22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는 중국 군용기 71대와 군함 13척이 포착됐으며 이 가운데 군용기 35대가 해협 중간선을 넘어섰고 선박 13척이 대만의 접속수역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또 대만 북부와 남서부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로켓 27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이 발표한 훈련 구역 범위가 대만 섬에 최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긴장 수위도 높아졌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측이 설정한 훈련 구역이 대만의 접속수역인 24해리 이내를 포함하며 일부는 심지어 영해(12해리)에도 걸쳐 있다고 전날 밝혔다. 훈련 이튿날인 이날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대만 북부 지역에서 실시된 실사격 훈련의 낙탄 구역이 24해리 인근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중국군의 로켓이 떨어진 지점이 이전의 훈련들과 비교해 대만 섬에 가장 근접했다고 대만 국방부는 밝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중국군 훈련에 대해 "대만은 현재 다양한 괴롭힘과 영향력 행사에 직면해 있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군사적 압박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으며 이는 책임 있는 주요 강대국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군의 이번 훈련은 지난 4월 초에 실시된 '해협 레이팅(雷霆·천둥)-2025A' 훈련 이후 만 8개월 만으로 미국이 이달 18일 대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1억540만 달러(약 16조 원)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이 빌미가 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군사훈련은 무력으로 독립을 꾀하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대한 엄중한 징계"라면서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 정부의 무기 판매 승인 당일 "미국이 무력으로 독립을 돕는다면 스스로 지른 불에 불탈 것"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26일에는 미국 주요 군수업체 20곳과 경영자 10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이번 훈련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면서도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그 지역에서 20년 동안 해군 훈련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중국군은 그간 대만 총통의 발언이나 대만과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교류를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을 벌여왔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개시한 훈련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모두 7차례 '대만 포위 훈련'이 있었다. 2023년과 지난해에 각각 두 차례씩 있었고, 올해는 라이 총통이 중국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양안 교류에 제동을 건 직후인 4월 초에 '해협 레이팅-2025A' 훈련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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