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잇단 특혜와 갑질 의혹에 30일 “국민 여러분께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원내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당초 정면 돌파가 관측됐으나 여론 악화에 이재명 정부의 집권 여당 첫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20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은 내년 1월 후임자를 뽑는 보궐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사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제 의지”라며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원내대표를 향해 9월부터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대한항공에서 받은 호텔 숙박권 수수, 장남의 국가정보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부인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등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졌다. 전날엔 김 의원이 2022년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을 당시 김경 서울시의원 후보자가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을 부적절하게 전달한 사실을 알고도 김 후보자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터졌다. 김 의원은 25일 면직된 자신의 전 보좌관을 언론의 비위 의혹 출처로 지목하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론의 역풍을 받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가 그동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국민의힘과 내란 잔재 청산, 개혁 입법을 하느라 참 수고가 많았다”며 “앞으로 잘 수습하고 헤쳐나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1억 원 수수 의혹에 휩싸인 강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진상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적 책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압박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 전 원내대표는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초 내년 6월이었던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다음 달 11일 실시된다. 원내대표 보궐선거와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같은 날 실시되는 셈이다. 원내대표 선출 전까지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다. 이재명 정부 2년 차를 이끌 집권 여당 원내 수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지만 임기가 약 5개월에 불과하다는 게 흠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재적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된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3선 박정·백혜련·한병도 의원 등이 오르내린다. 아울러 조승래 사무총장, 이언주 최고위원, 서영교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고위원 보선이 친명계와 친청계 간 대결 구도로 흐르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보선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연출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일부 친명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친청계를 의식해 김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론이 나오기도 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당 상황을 추스리기 위해서는 경선보다는 추대가 적합한 것 같다”며 “다선 의원들 중 경험이 있는 분을 단일 후보로 내지 않겠냐”며 당내에서 거론되는 추대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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