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시장 평가액보다 3배 많은 돈을 주고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핵심 자산을 손에 넣으면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간 인수 경쟁이 주목받고 있다. 현금 조달 능력이 막강한 대형 테크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췄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사냥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그록(Groq)을 우회 인수한 이후 인텔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의 그록 투자 배경을 분석하면서 다음은 인텔 차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가 시장 90%를 장악한 데이터센터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너머 AI 추론 특화 반도체 시장까지 영향력을 뻗치는 가운데 그록과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디인포메이션은 “그록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스타트업들은 점점 더 인수합병을 모색해왔다”며 “인텔이 삼바노바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소식통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결과가) 발표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AI 가속기 칩 설계 전문(팹리스) 스타트업인 그록은 지난 24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엔비디아와 기술 사용(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와 팀원들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기술 확장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반독점 규제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회사를 직접 인수하지 않으면서 핵심 자산을 손에 넣는 '애퀴하이어(Acqui-hire)' 방식이다. 획득(acquire)과 고용(hire)을 동시에 달성해 간접적으로 인수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2016년 설립된 그록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추론 관련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는 AI 가속기 칩을 주로 설계한다. 올 9월 투자금 7억 5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몸값을 69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CNBC는 엔비디아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현금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그록 핵심 자산을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평가한 가치의 3배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엔비디아의 거액 베팅에 인텔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월 말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삼바노바 시스템스 인수를 위한 예비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인수 조건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최근 최첨단 18A(1.8나노급) 공정 테스트를 중단했다는 보도로 인텔 기술력이 의심받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삼바노바는 2017년 스탠퍼드대 교수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엔비디아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맞춤형 AI 칩을 개발한다. 보도 당시 기업가치가 2021년 평가액 50억달러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엔비디아와 그록 거래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다만 당시 협상 타결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던 만큼 최종 성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최근 빅테크들의 AI 칩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게 전개된는 양상이다. 올해 10월 메타가 자체 칩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GPU 설계 스타트업 리보스 인수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AMD는 6월 캐나다 AI 추론 칩 스타트업 언테더AI로부터 주요 인력을 영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15년 이스라엘 칩 설계 스타트업 안나푸르나랩스를 인수한 뒤 자체 맞춤형 AI 칩 제작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추론 칩 '인페렌시아'와 훈련 칩 '트라이니엄'을 개발했으며 이달에는'트레이니엄3'를 공식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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