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 배 이상 오른 은값이 ‘검은 금’으로 불리는 석유 가격을 40여 년 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원유 가격이 뒷걸음질 칠 동안 은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폭등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선물은 7.69% 급등한 트로이온스당 77.196달러에 마감했다. 9일 사상 최초로 60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보름 사이에 8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같은 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76% 급락한 배럴당 56.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 선물은 이달 1일 처음으로 WTI를 제친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WTI는 50달러 후반대에서 횡보하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이 원유보다 비싸진 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이너스 유가’ 사태를 제외하면 1983년 WTI 선물 거래 시작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은값은 올 초부터 현재까지 164% 급등해 금 상승률(72%)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 같은 폭등세는 만성적인 은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국제 정세 불안, 달러화 약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금리 인하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WTI는 공급과잉과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해 올 들어 21%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원유의 평균가를 배럴당 52달러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종전 시 러시아산 원유의 서방 수출 재개 가능성과 OPEC+의 증산 재개 가능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값 급등과 함께 개인투자자 투자 광풍도 이어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은 현물이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은 투자 장려 콘텐츠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귀금속 가격이 펀더멘털로 정당화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은값이 내년 말까지 온스당 약 42달러 선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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