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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다도 방신실도 김수지도 ‘의문의 1패’?…‘조금’이 쌓여 ‘의문의 1승’ 찾는 2026년을 기대하며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그린을 읽고 있는 넬리 코르다. 사진 제공=대홍 기획




솔직히 드라마는 아직 보지 않았다. 요즘 삼삼오오 만나면 골프보다 더 자주 화제에 오르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얘기다. 한 친구가 대뜸 “드라마 장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대답이 걸작이다. 판타지란다. 이유는 그런 아내는 없을 것이라는 거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어도 ‘그런 남편’을 이해하는 ‘그런 아내’는 없을 것이란 의미란 걸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참 ‘웃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제목부터가 판타지다. 서울에 집을 구하는 것도 힘들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건 정말 몇몇에게만 허용되는 일 아닌가.

홀 공략을 고심하는 방신실. 사진 제공=KLPGA


‘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이 많이 들었던 2025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산 누군가에게는 서울에 집을 사지 못한 게 ‘의문의 1패’일 수 있고 대기업에 다니지 못한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의문의 1패’일 수 있다.

올해 여자 골퍼 중에서도 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이 드는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우선 넬리 코르다(미국)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사상 최다인 29명의 챔피언이 탄생했는데, 정작 평균 타수 2위에 오른 코르다가 그 명단에 들지 못했다. 7승이나 거둔 지난해와 비교돼 더욱 코르다의 상심이 컸을 듯하다.

퍼팅을 끝내고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는 김수지. 사진 제공=KLPGA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그린적중률 1위에 오르고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김수지도 비슷한 마음일지 모르겠다. 김수지는 드라이브 거리와 그린적중률 그리고 페어웨이 안착률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히팅 능력지수에서도 1위에 올랐다. ‘샷의 배신’이 가져다 준 의문의 1패라고 할 만하다.

LPGA Q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공동 35위에 머물러 내년 미국 무대 도전에 실패한 방신실도 ‘의문의 1패’를 당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회가 악천후로 90홀에서 72홀로 축소된 것이나 샷 감을 너무 늦게 찾은 것이나 모두 방신실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상대의 슬로 플레이나 규칙 위반 탓에 내기 골프에서 진 모든 주말골퍼들도 의문의 1패를 안았을 수 있다.



퍼팅을 성공하고 기뻐하고 있는 김수지. 사진 제공=KLPGA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 상한 골퍼를 어루만질 수 있는 외국의 짧은 시 하나를 소개한다. 영국의 시인 엘리자베스 노벨의 ‘조금(A Little)’이란 시다. 내용은 설탕을 조금만 넣어도 음식의 맛을 낼 수 있고, 비누를 조금만 써도 몸을 깨끗하게 할 수 있고, 햇빛이 조금만 비춰도 새싹을 자라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필이 조금만 남아도 아름다운 글 한 편을 쓸 수 있고, 양초가 조금만 남아도 주위를 환하게 비출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웃는 아기 웃음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시는 노래한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에는 정말 ‘조금’ 더 배려와 ‘조금’ 더 겸손 그리고 ‘조금’ 더 사랑이 필요해 보인다. ‘조금’이 쌓이면 서로에게 ‘의문의 1승’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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