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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의 K판타지아] 미래 선점의 최전선, 유네스코

■주영국한국문화원장

데이터 거버넌스·창작자 보상 등

AI와 문화 핵심의제로 급속 부상

韓, 국제표준 입법화 추진 과정서

미래지향 리더십으로 국익 관철을

선승혜 주영국한국문화원장




“영국은 시장을 만들고 프랑스는 법을 만든다면 한국은 미래를 만들 것이다.”

필자는 이런 결기를 품고 있다. 세계적으로 K컬처가 사랑받고 있으니 괜찮다는 낭만적인 낙관론은 이제 내려놓아야 할 때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되고 신흥 인공지능(AI) 강자들이 경합하는 디지털 대전환기에 문화 역시 ‘사느냐 죽느냐’의 절박한 갈림길에 섰다.

2026년 새해를 앞둔 영국 런던 관가는 비장하다. 재정난 속에서도 영국 정부는 창조 산업에 2035년까지 연간 310억 파운드(약 54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 지원이 아니다. 영국은 시장구조 자체를 혁신하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자금을 푸는 ‘성장 금융’, 문화 자산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콘텐츠 거래소’, 그리고 아시아로의 ‘시장 확장’이 골자다. 영국의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안착도 이 거대한 전략의 일환이다.



영국이 시장을 노린다면 도버해협 건너 프랑스는 판을 짠다. 마침 2026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이다. 양자 외교와 더불어 문화의 다자 외교에서 국익을 취할 절호의 기회다. 파리에는 유네스코뿐 아니라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 글로벌 미술저작권단체 등 핵심 기구가 포진해 있다. 유네스코가 명분(윤리)을 세우면 저작권 기구들이 실리(이익)를 챙기는 카르텔이 작동한다. 프랑스는 문화를 법과 제도로 만들 때 비로소 권력과 우아한 실리가 됨을 증명한 나라다.

문화마저 국익을 다투는 냉혹한 현실 속 최전선은 어디인가. 단언컨대 파리의 유네스코다. 우아한 사교장이 아니다. 이곳은 교육·과학·문화·정보 등 5대 영토에서 미래의 ‘연성법(Soft Law)’을 설계하는 국제기구로, 입법 전쟁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스크린쿼터를 지켜낸 ‘문화 다양성 협약’이 그 증거다. 한국은 적지 않은 분담금을 내는 만큼 K이니셔티브의 국제 거점으로 국익을 치열하게 관철해야 한다.

지금 유네스코의 최전선은 AI와 문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올해 열린 ‘세계 문화 정책 및 지속 가능 발전 회의’는 AI와 문화를 핵심 의제로 격상시켰다. 내년까지 불균형한 데이터 거버넌스와 창작자에 대한 공정 보상을 위한 국제 표준을 입법화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국익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내야 한다.

문화는 안보다. 진정한 평화란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며 공존할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K컬처와 정보기술(IT)은 대한민국의 평화로운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다. 이제 그 힘을 지휘할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해 아침,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문화를 사랑하는 열정을 동력으로, 치열한 현장 경험을 지혜로, 문화 외교의 국제 경력을 데이터로 삼아 문화 강국의 미래를 실현해내는 일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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