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민관합동조사단의 진상 규명이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쿠팡 행보에 대한 객관적인 유책 여부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쿠팡 사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2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합동조사단 인력 증원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쿠팡 범부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게 되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보 유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행보에 발맞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쿠팡 사태 조사에 사상 최대 규모의 조사팀을 구성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할 때 개인정보 유출 여부와 경위, 위법 여부를 별도로 조사한다. 현재 개인정보위 조사 인력은 31명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원 인력을 포함해 14명이 쿠팡 사건을 파고들고 있다. 이는 앞서 발생한 SK텔레콤 사건과 함께 2020년 위원회 창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조사팀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쿠팡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이례적인 만큼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여건과 필요에 따라 조사 인력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쿠팡 사이버 침해 사고 조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번 사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대통령실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는 데 부담이 따르는 만큼 앞으로는 쿠팡 사태와 관련해 범부처 TF 차원에서 대응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쿠팡이 미국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이번 사태를 한미 무역 갈등으로 비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날 열린 쿠팡 사태 관계부처 장차관급 회의에서는 쿠팡의 미국 정계 로비와 관련한 대응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정교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진다면 미국 일각에서 내세우는 ‘차별적 규제’라는 프레임을 깨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이버 침해 사고 조사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 인력 충원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산업 분야별로 다른 정보통신 환경에 맞는 전문 인력은 물론 로그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 포렌식 전문 인력 등 조사 직무가 세분화돼야 한다”면서 “침해 사고 대응의 국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부다페스트협약으로 불리는 사이버범죄협약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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