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골프용품 업계의 화두는 크게 카본과 관성모멘트(MOI)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클럽의 크라운 부위에 주로 사용되던 카본이 페이스까지 확장하면서 본격적인 ‘카본 우드’ 시대가 열렸고, 너도나도 10K(1만)의 MOI를 외치며 실수 완화 성능을 강조했다.
용품업체들의 2026년 신제품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Qi4D를 비롯해 핑의 G440K, 캘러웨이의 퀀텀, PXG의 라이트닝 등이 새롭게 선보이는 드라이버다.
새해 용품 업계에는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는데 바로 고도화된 피팅이다. 기존의 신체 조건과 단순 샷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피팅이 아니라 영상과 모션 분석 등 다각적인 분석이 뒷받침되는 것으로 ‘다차원 입체 피팅’이라 정의할 수 있다.
▲‘브랜드 피팅 서비스’ 가속화
예전에는 클럽 피터가 골퍼의 신체 조건을 측정하고 스윙 스피드나 볼 스피드, 론치 앵글, 비거리 등에 관한 분석을 한 다음 상담을 통해 피팅을 했다. 대략 1시간이 소요됐다. 이제 시간은 좀 더 단축되는 대신 피팅의 정교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클럽 피팅은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피팅숍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고가의 프리미엄 샤프트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피팅이 진행됐다.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반 골퍼들이 보편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비용 진입 장벽’이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용품 브랜드들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피팅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어서다. 메이저 회사는 물론 중소 브랜드까지 피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브랜드들은 골퍼가 헤드의 무게중심 위치를 바꿔 볼의 방향, 탄도, 스핀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셀프 피팅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맞춤 클럽 제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 위치한 업체들의 본사는 물론이고 국내 지사 자체적으로도 최근 몇 년 사이 피팅 센터를 속속 오픈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2024년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에 피팅 센터를 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테일러메이드 본사 퍼포먼스 센터와 비슷한 프리미엄 아웃도어 퍼포먼스 스튜디오다. 실제 코스와 유사한 환경에서 전문적인 피팅과 시타를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인도어 피팅 공간인 테일러메이드 퍼포먼스 스튜디오(TMPS) 워커힐 골프클럽을 오픈했다. 타이틀리스트와 핑 등도 비슷한 시설을 운영 중이다.
▲다차원 접근을 통한 ‘피팅 고도화’
브랜드 직영 피팅 센터는 규모나 장비 수준에서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피팅숍을 월등히 앞선다. 우선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대폭 증가했다. 최근 첨단 피팅 스튜디오를 이용해 본 골퍼들은 “나의 모든 게 발가벗겨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스윙 속살’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상하좌우 등 다양한 각도에서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클럽과 몸의 움직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포착하고 임팩트 과정에서 볼과 클럽의 미세한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다. 페이스의 타점 부위와 그에 따른 비거리와 방향성의 차이까지 정확하게 진단해 준다. 보이지 않던 몸의 무게중심 이동 경로도 시각적으로 표현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초고속 카메라와 영상 분석, 레이저, 그리고 각종 센서들이 이를 돕는다.
과거엔 파편적으로 떠돌던 개별 정보들이 이제는 하나로 통합돼 분석된다는 점도 피팅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개인별 분석 자료는 차곡차곡 모여 빅 데이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예측과 분석의 정확성이 월등히 높아진 것이다. 피터들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고객의 스윙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 몸 움직임의 차이점도 살펴보면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콕 찍어준다.
▲다양한 샤프트 옵션…투어 선수와 동일 서비스
브랜드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고가의 샤프트를 추가 금액 없이, 또는 소액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사실 피팅은 헤드와 샤프트의 궁합이 가장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헤드를 직접 개발한 브랜드 피팅이 좀 더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헤드와 샤프트 옵션 외에 투어 선수와 동일한 피팅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브랜드들이 이처럼 피팅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골퍼에게 최적의 클럽을 찾아주는 과정을 통해 스윙과 샷이 개선되는 효과를 직접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어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제품과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피팅 과정에서 수집한 피드백을 다음 단계의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도 구축하게 된다. 소비자들의 커스텀 오더 구매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소재 변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폰17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기존 티타늄 케이스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을 채택한 것처럼 골프 브랜드들도 꾸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골프클럽 제조에서는 경량화가 최대 이슈인 만큼 카본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의 사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잉여 무게’는 설계자의 디자인 창의성을 높여주는 날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본은 무게 외에도 반발력이나 내구성 등에서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업체 간의 품질 차이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브랜드가 좀 더 세분화되고 정밀한 옵션을 제시하느냐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 골프용품 업계에는 기존 카본과 MOI의 이슈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차원 입체 피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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