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년 만에 세계 최대의 무기 수입국에서 4위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 현대화 구상 아래 육해공 전반에서 서방을 위협할 수준까지 전력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체제 선전을 위한 정보가 적지 않고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완전한 군사 자립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전 세계 무기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8%에서 지난해 1.8%로 급감했다. 불과 2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전 세계 무기 수입량의 15%를 차지하며 최대 수입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SIPRI는 “일부 외국산 장비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중국은 필요한 대부분의 군사 기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군 전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주하이 에어쇼에서 스텔스 전투기 J-35A를 공개하며 미국에 이어 두 가지 이상의 스텔스 전투기 모델을 운용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올 9월 열병식에서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텔스 무인기 GJ-11과 페이훙-37을 공개해 군사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달 16일에는 최신예 스텔스 드론 차이훙-7의 첫 비행에도 성공했다. 실제 전투에도 투입되고 있다. 올 5월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와의 공중전에서 중국산 J-10 전투기와 중국제 레이더 유도미사일을 사용해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를 포함한 인도 전투기 여러 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산 전투기가 서방 전투기를 상대로 거둔 첫 번째 공중전 승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해군력 역시 무서운 속도로 증강하고 있다. 단순 군함 보유 대수로는 중국(234척)이 이미 미군(219척)을 앞섰다. 지난달 5일에는 중국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전자기식 사출기(캐터펄트)를 탑재한 항공모함 ‘푸젠함’을 공식 취역했다. 중국은 이르면 내년 말 취역할 강습 상륙함 ‘쓰촨함’에도 세계 최초의 전자기식 사출기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항공모함 모두 유사시 대만 봉쇄 작전에서 해상 차단 임무를 맡을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한국과 일본 등 조선 강국과 협력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함께 3만~4만 톤급 최첨단 전함으로 구성된 ‘황금함대’ 구상을 제시했다.
핵전력 증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지난해 약 600기에서 2030년 10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방부는 몽골 국경 인근 3곳의 미사일 격납고에만 100기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음속의 최소 5배 속도로 비행하며 대부분의 방공망을 회피할 수 있어 이미 서방을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WSJ는 중국 공산당이 1949년 건국 이후 줄곧 추구해온 무기 자립이 시 주석 체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 중국군에 대한 전면 개혁에 착수했다. 건군 100주년인 2027년 군 현대화를 완성하겠다는 목표하에 로켓군 창설, 공격 중심 군 체제 전환, 방위산업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다. 2016년에는 중국항공엔진공사(AECC)를 설립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고 10년도 채 되지 않아 최신 스텔스 전투기에 자체 제작 엔진을 장착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아직까지 100% 기술 자립은 멀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이 공개하는 군사 정보의 상당수가 선전 성격을 띠고 있고 소련·러시아 설계 항공기가 여전히 중국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다수 전투기와 헬리콥터에 외국산 엔진이 탑재돼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타이밍 청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는 “시 주석은 중국이 군사 혁신과 산업 연계 측면에서 여전히 미국에 열세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세계 군사 패권을 놓고 미국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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