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과 정치적 부담으로 수년간 표류하던 의료개혁 과제들이 최근 일제히 정책 궤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조정과 전공의 복귀, 비대면진료 제도화, 지역필수의료 강화 등 민감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다시 논의되는 배경에는 의료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논의가 충분히 축적되며 정책 추진의 조건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보건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23일 “최근 의료정책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정치·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갈등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면이 전환된 결과”라며 “의료개혁은 속도보다 절차와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의대생 복학과 전공의 복귀 흐름에 대해서도 “정부가 무엇을 해서 돌아왔다기보다는 1년 반 넘는 갈등과 피로가 누적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의정 갈등을 다시 자극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거친 뒤 자발적인 복귀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의료 인력 정책과 관련해서도 신중론이 이어졌다. 그는 “의사 인력 문제는 숫자를 서둘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전문가 중심의 추계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접근해야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책은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논의 중인 의사 인력 추계 역시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해두기보다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국립대병원의 역할 재정립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됐다. 이 관계자는 암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거론하며 “치료를 위해 장기간 서울과 지역을 오가는 구조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이라며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약가 제도에 대해서는 사실상 강도 높은 구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계자는 “약값은 국민 보험료로 지불되는 만큼 보험자 입장에서 밸류 포 머니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효과에 비해 과도한 약가가 유지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계 투자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약가 정책의 우선순위는 비용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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