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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몰렸는데 정원 0명…'무전공'이 부른 통계왜곡

학과 없이 신입생 뽑는 대학 증가

전공 수요·경쟁률 집계 어려워져

기초과학 인력 양성 붕괴 우려도

"전공별 최소 정원 등 대책 필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풍경. 연세대는 2026학년도부터 무전공학과인 진리자유학부를 신설했다. 뉴스1




최근 대학마다 학과 대신 계열이나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뽑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달라진 모집 단위를 반영한 지원자·입학생 수 집계는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기조에 따라 학과는 물론 계열 구분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실제 전공 수요와 학과별 분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통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188곳 중 114곳(60.6%)에 입학정원이 ‘0명’인 학과가 있지만, 해당 학과에는 수십~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린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연과학대, 경제학부 등 상위 범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면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하위 학과별 입학정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학과별로 선발하지 않는데도 학과별 지원자가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학부나 계열로 선발하지만, 일부 전형에 한정해 학과별로 뽑는 사례가 있다 보니 그 전형 지원자 수가 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행 공식 통계상 대학 관련 지표는 오직 ‘학교·학과별’로만 관리된다. 자연과학대 안에 화학과·수학과·물리학과가 있는 A 대를 예로 들어보자. 이 대학이 개별 과가 아닌 자연과학대 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고등교육통계조사 자료에는 A 대 자연과학대 소속 3개 과의 입학정원은 0명으로 나온다. 가령 화학과를 희망하는 수험생 500명이 원서를 넣더라도 이들은 A 대 화학과 지원자로 파악되지 않는다. 단, 단과대별이 아닌 화학과로 신입생을 뽑는 A 대의 ‘학교장추천전형’에 10명이 지원했다면 고등교육통계조사 자료상 A 대 화학과는 그해 ‘입학정원 0명, 지원자 수 10명’으로 집계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학과별 실제 수요나 경쟁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과별 수요나 경쟁률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졸업자 수’뿐이다. 졸업자의 소속은 신입생이 1, 2년 뒤 결정한 세부 전공(과 등)으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이는 신입생의 입학 시점과 4~5년 이상 시차가 나는 후행지표인 만큼 급변하는 산업 추세에 따른 가용 인력 규모를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실제 현행 통계 기준 전국 대학의 기초과학계열 학과(물리학·생명과학·생물학·수학·화학·천문기상학 등) 지원자 수는 2021년 14만 4822명에서 올해 14만 283명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반면 이들 학과의 졸업자 수(해당 연도 2월 및 전년 8월)는 2021년 2만 431명에서 올해 9881명으로 급감했다.

대학가의 광역화 선발 흐름 가속화로 통계 실효성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입학정원 0명, 지원자 수 N명’인 학과를 보유한 대학은 2021년 55곳에서 올해 114곳으로 늘었다. 정부 인센티브의 영향으로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선발)’도 확대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73개 대학의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 비율은 28.6%(3만 7,935명)로, 전년도(6.6%, 9.925명)보다 대폭 늘었다.

이런 흐름은 기초학문 인력 양성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윤진희 인하대 교수(한국물리학회 회장)는 “각 대학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면서 비인기 학과인 기초과학계열 모집인원을 빼가는 경향이 잦다”며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해 기초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보니 학과 정원은 점차 줄고, 결국 타 단과대로 편입되거나 학문 정체성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과별 인력 흐름 파악을 위한 통계 체제 보완이나 전공별 최소 정원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교수는 “대학의 기초과학계열 학과는 새로운 산업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분야인 만큼 국가 차원의 보호와 장려가 절실하다”며 “무전공학부 도입 후에도 일정 인원을 유지하도록 장학금 지원 등 기초과학계열에 관한 추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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