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총 3조 엔(약 28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개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AI 핵심 기업들과 정부가 손잡고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에 뒤처진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프리퍼드네트웍스 등 10여 개 일본 기업과 신규 합작회사를 설립해 토종 AI 모델의 공동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경제산업성은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부터 5년 동안 총 1조 엔(약 9조 4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우선 내년 예산안에 3000억 엔(약 2조 8000억 원) 이상을 반영한다. 또한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도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사업에 출자할 민간기업의 경우 공모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와 내년부터 6년간 AI 개발 등에 사용할 데이터센터에 2조 엔(약 18조 8000억 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와 오사카 사카이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는 일본산 토종 AI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AI 벤처기업인 프리퍼드네트웍스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리퍼드네트웍스는 도쿄대 연구진이 2014년 설립한 유니콘 기업으로 일본 내 AI 딥러닝 개발 능력 1위로 평가받는다. 요미우리는 “신설 합작회사는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소프트뱅크와 프리퍼드네트웍스 출신의 AI 전문가 약 100명이 소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합작회사의 목표는 ‘1조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AI 모델에서는 파라미터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높다는 의미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주요 모델의 파라미터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조 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된 AI 모델은 일본 기업에 개방해 각 사가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향후 로봇에 탑재할 수 있는 AI 개발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요미우리는 “일본이 민관 합동 AI 개발을 통해 AI에서 앞선 미국과 중국에 반전 공세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에서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는 기록 경신 중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인수합병(M&A)과 자산 매각, 지분 투자 등 기업 간 데이터센터 거래 규모는 총 609억 9300만 달러(약 90조 3306억 원)로 지난해의 608억 1400만 달러보다 소폭 늘어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미국을 포함한 빅테크들은 회사채 등 채권을 발행해 AI 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AI 빚투’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세계 테크 업계의 회사채 등 채권 발행 규모는 1827억 달러로 지난해(924억 달러)의 거의 2배에 달했다고 S&P글로벌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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