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을 남산 꼭대기로 실어 나른 케이블카가 때 아닌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현재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라는 업체가 64년 동안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케이블카 독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국토위원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삭도’는 공중에 매달린 줄에 운송기구를 설치해 여객 및 화물을 옮기는 운송수단을 말합니다.
법안의 상임위 통과 소식과 함께 남산에 곤돌라 설치를 추진하는 서울시와 이에 반대한 한국삭도공업 사이에 벌어진 소송전에서는 법원이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더 큰 반향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봤습니다.
국회 국토위, 궤도운송법 개정안 의결…사업 허가 20년 한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궤도사업’의 허가 유효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제한하고 기간이 만료될 시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사업자로 하여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에서는 이 같은 규제 조항이 담기지 않아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 1961년 허가를 받은 이래 64년간 운영해왔다. 이에 독점 형태의 운영 방식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업체의 장기간 운영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궤도운송법은 총 5건이다. 이 중 이해식·천준호·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에 케이블카 운영 기간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천춘호·이연희 의원 안은 궤도사업 허가의 유효기간을 20년으로, 이해식 의원 안은 30년으로 제안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허가의 유효기간 제한이 필요한 이유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산림·공원 등을 이용하는 사업이라는 점 △궤도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 △산림·공원 등의 보전 및 유지관리를 위해 사업수익이 환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달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특정인에게 기회를 주면 엄청난 특혜가 된다”며 “그 중 하나가 남산 케이블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며 현재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은 2년 안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한국삭도공업 법정 싸움까지…남산 케이블카 운명은?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19일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려는 서울시를 상대로 한국삭도공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결국 삭도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즉시 항소할 방침이다.
서울시와 한국삭도공업의 다툼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를 해소하고 남산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남산 곤돌라 공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2월 궤도 설치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고시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시는 높이 45~50m의 곤돌라를 지지하는 지주 5기 가운데 2기를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에 세워야 하는데, 이 구역에는 높이 12m를 초과하는 건축물이나 공작물 설치가 제한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지주 2기가 들어설 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제외하고 근린공원에 편입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내용을 고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한국삭도공업이 이러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이다. 공원녹지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3호에서는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지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변경 또는 해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신들의 조치가 단순한 공원 유형의 변경에 불과한 만큼 시행령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변론 과정에서 한국삭도공업이 남산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 운영하면서 60여 년간 막대한 수입을 거두고 있는 만큼 원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판결 직후 “법원의 1심 판결은 서울시가 ‘남산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해온 정책적 판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납득 못 할 결정”이라며 “즉각 항소해 법적·정책적 정당성을 바로잡고 모두의 남산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궤도운송법 국회 본회의 통과 임박…서울시도 계획 밀고 나가기로
서울시는 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남산 곤돌라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상임위 문턱을 넘은 궤도운송법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한국삭도공업에게도 긍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국회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케이블카 독점 논란에 가세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달 1일 “남산 케이블카 사업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며 “6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독점적 영업 형태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전국 케이블카 운영현황과 사용료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삭도시설은 57개에 달하는데 남산 케이블카를 포함해 14개 업체가 30년 이상 독점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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