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기존 2030 남성층을 넘어 40~50대 남성은 물론 40~50대 여성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젠더 갈등이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대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젠더 인식 변화와 세대별 특성 및 세대 간 관계성’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남성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0대 남성이 60%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대 남성(58%), 50대 남성(54%), 40대 남성(52%) 순이었다. 여성 응답자 중에서도 50대 여성(40%), 40대 여성(39%)이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30대 여성은 27%, 20대 여성은 21%였다.
이는 201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인식의 확산이 두드러진다. 당시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긴 집단은 20대·30대 남성에 국한됐지만, 이번 조사에선 40·50대 남성까지 같은 인식이 확장됐다.
이날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 등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2030세대 세대·젠더 인식 변화 심층 조사’ 발표에서 “2030에서만 나타나던 남성 차별에 대한 인식이 40대 이상 세대까지 확산한 상황”이라며 “‘남성 차별’은 이제 청년 남성을 넘어 전체 남성이 동의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남성들이 말하는 남성 차별은 '구조적 남성 차별 사회'가 아닌 '남성이 불리한 영역이 있다'고 보는 것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같은 조사에서 측정한 ‘페미니즘 지수’ 역시 젠더 간 인식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의 페미니즘 지수는 -6.03점, 20대 여성은 2.49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조사 당시 각각 -6.33점, 0.29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해당 지수는 6개 문항 응답을 합산해 -12점(극단 안티 페미니즘)부터 12점(극단 친 페미니즘)까지 산출한 것이다.
조사팀은 “2019년 당시 20대였던 90년대생 남성의 답변 결과가 2019년 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70년대생 남녀까지 청년 남성의 생각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젠더 갈등 완화를 위한 해법으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문제를 제로섬화하지 말 것 △제로섬이 아니도록 정책을 설계할 것 △합의할 수 있는 문제부터 개별적, 구체적으로 다뤄나갈 것을 제시했다.
2030 남성의 정치적 보수화 현상과 관련해서는 “남성 차별 인식과 반페미니즘 정서가 먼저 나타나고 정치적 보수성이 이에 뒤따랐을 것”이라며 “2022년 대선 당시 20대 여성이 이재명 후보로 결집한 것과 반대로 대항 결집하며 양극화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사에서는 2030 세대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제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세대와 젠더 갈등은 청년 세대가 더욱 크게 체감하는 문제”라며 “지금의 환경을 만들어 낸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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