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성에 편중된 나머지 철도망 구축 등 서울시민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지자체 공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특성을 반영한 공정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균형발전과 국가재정 효율화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대토론회’에서는 현행 예타 체계의 개편 방향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현행 예타 제도는 2019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다른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 결과 경제적 타당성(B/C)이 0.75를 기록한 서울 경전철 목동선은 예타에서 탈락했으나 0.27을 기록한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행 예타 제도가 수도권 철도망 확충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형평성 문제도 상당하다고 봤다.
고길곤 서울대 교수는 ‘지자체 관점에서 본 예타 평가 항목의 한계와 개선 방향’ 발표에서 “예타 제도 개편으로 수도권의 경제성 비중이 기존 35~50%에서 60~70%로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사회적 편익이 큰 수도권 사업의 사업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 강북횡단선, 목동선, 난곡선 등 3개 주요 철도망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하루 평균 약 36만 명의 시민이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고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접근 대신 지역 및 사업 대상지 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성 항목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김포시·양주시·파주시 등 10개 지역은 수도권임에도 예타 평가에서 비수도권으로 간주되는데, 이를 서울시 내 일부 자치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내부에도 ‘취약지역 등급’을 둬 일부 사업은 비수도권 취약지역과 함께 대중교통, 공공임대, 생활 SOC 등의 분야에서 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수도권 내 격차와 혼잡, 미래 수요를 반영하는 평가체계와 정책성·지역균형 항목의 가중치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2023년 11월에 예타 대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에 예타제도 개선을 정식 건의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와 함께 심층 연구를 진행해 더욱 정교한 예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 5월 경 기재부에 추가 건의할 방침이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강북 전성시대를 현실화하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서울 강북권, 서부권 등 교통 소외 지역의 철도망 확충이 시급하다”며 “수도권의 현실을 반영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예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ee1205@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