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작인 바그너 ‘링 시리즈’의 막을 새해 올린다.
17일 국립오페라단은 2026년 정기공연 리스트를 발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라인의 황금’(10월29일~11월 1일)이다. 이는 오페라사 최대 프로젝트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첫 작품으로, 이후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진다. 신화와 권력, 탐욕과 몰락을 관통하는 서사는 바그너가 음악·문학·연극을 하나로 결합한 총체예술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특히 2026년은 ‘링’ 전편이 1876년 바이로이트에서 초연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죽음의 도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타 쾨닉스가 지휘하고,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으로 유쾌함과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냈던 로렌조 피오로니가 연출을 맡는다.
올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성공시키며 바그너 작품 제작 역량을 쌓은 국립오페라단은 2026년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링 시리즈 전작을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국립 예술단체로서 제작 체계와 예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초연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6월18일~6월21일)도 관심을 끈다. 사회적 편견과 집단의 폭력이 개인을 어떻게 고립시키는지를 다룬 작품으로, 20세기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아 왔다. 지휘는 알렉산더 조엘이, 연출은 줄리앙 샤바가 맡아 작품의 긴장감과 동시대적 메시지를 부각한다.
내년 정기공연 첫 무대는 마스네의 ‘베르테르’(4월23일~4월26일)가 연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사랑과 절망에 휩쓸린 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한 선율로 그려낸다. 지휘는 홍석원이, 연출은 영화 ‘구로 아리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출한 박종원이 맡아 오페라 연출에 데뷔한다.
연말에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스’(12월3일~12월6일)가 관객을 만난다. 한 여인을 둘러싼 부자 간의 갈등과 권력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이번 무대는 프랑스어 원전 버전으로 준비된다. 지휘는 발레리오 갈리가, 연출은 80대 거장 야니스 코코스가 맡는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전 작품을 ‘크노마이오페라’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하고, 이후 VOD로도 제공해 접근성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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