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수치료와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등 그동안 과잉 이용 우려가 컸던 3개 의료행위를 관리급여 항목으로 선정한 가운데 의사단체가 "실손보험사만 배불리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로서의 의학적 판단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의료의 본질을 훼손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차단하는 실책인 만큼, 헌법 소원 제기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관리급여 정책 강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하는 관리급여 선정을 철회하라"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관리급여 신설 조치가 법률유보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비급여 적정 관리 논의 기구인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제4차 회의를 열고 이들 3개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건강보험을 적용받도록 했다. 관리급여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등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 행위를 '예비적' 성격의 건보 항목으로 선정해 요양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앞선 협의체 논의에서 관리급여 지정이 유력시됐던 5개 항목 중 체외충격파치료는 빠졌다. 정부는 향후 언어치료와 체외충격파의 관리급여 선정 여부를 재논의할 방침이다.
이태연 의협 부회장(실손보험대책위원장)은 "비급여 증가의 근본 원인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저수가 구조와 신의료기술의 급여 편입 지연에 있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실패가 낳은 필연적 결과임에도 의료계에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비급여를 비용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관치의료의 방식은 의료의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비급여란 의료적 적합성을 확보했지만 경제적 당위성이 떨어질 뿐"이라며 "무조건 저가로 통제하는 기전을 도입한다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방법이 시장에서 강제 퇴출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관리급여 지정이 내년 초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과 결합됐을 때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관리급여 시행 시 명백한 환자 피해가 예측된다며 도수치료를 예로 들었다. 기존에 10만 원이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지정돼 4만 원이 된다고 가정할 경우, 공급자인 의료기관 입장에선 물리치료사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으니 사장될 수밖에 없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도수치료의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도 환자 부담은 2배 가량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예고한대로 선별급여의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하면 환자 본인 부담금이 종전 2만 원에서 3만610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나머지 3900원 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2000원을 제외하면 실손보험사 부담액은 1900원으로 계산할 수 있다. 실손보험사의 부담액이 기존 8만 원에서 1900원으로 대폭 감소한다는 얘기다. 이봉근 의협 보험이사는 "의료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환자들의 건강 회복에 대한 명백한 피해가 예측되기 때문"이라며 "법률적 근거도 없고 합리성도 결여된 관리급여 신설을 즉각 철회하고 비급여 관리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내놓은 관리급여의 대안으로 '예비지정제도' 도입을 내놨다. 관리급여와 같은 기형적 제도를 억지도 도입하기보다 현행 비급여 체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의료계와 먼저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보험이사는 "정부가 의료전문가의 이러한 합리적인 의견을 계속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할 경우, 비급여관리정책위원회 등 관련 협의체에 대한 참여거부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 소원 제기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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