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중소벤처기업부를 보면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어울린다. 특히 벤처·스타트업 관련 부서는 숨 돌릴 틈 없이 일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벤처 생태계 육성 공약을 내걸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년 스타트업 대표들 앞에서 “제3의 벤처 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최근 한 행사에서 “벤처·스타트업이 마음껏 질주할 수 있게 필요한 모든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 벤처 활성화를 강조하자 중기부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중기부는 내년 중 개별 정부 부처가 출자하는 모태펀드를 통합 관리할 운용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지금까지 모태펀드 조성액은 약 11조 원, 내년에 정부가 새로 모태펀드에 투입할 예산은 1조 6000억 원에 이른다. 중기부는 이제 모태펀드 운용위의 핵심 부처로서 조 단위 사업의 출자 의사 결정 및 성과 관리 업무의 핵심 키를 잡는다.
그런데 벤처 업계에서는 환영보다 아쉬운 기색이 먼저 감지된다. 그도 그럴 것이 벤처 업계가 호소하는 혁신 기업 육성의 두 축은 자금 지원과 규제 완화다. 단순 자금 지원만으로는 벤처 생태계가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그간 규제가 신생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타다 금지 사태, 로톡 분쟁, 닥터나우 제한 논란 등은 기성 규제가 벤처 생태계를 위협했던 사례다. 이때마다 벤처 업계는 중기부에 SOS를 보냈지만 중기부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중기부 내부 사정이 어떻든 밖에서 바라보는 중기부의 모습은 유관 부처와 갈등을 피하는 데 급급한 것처럼 보였다. 중기부가 스타트업 자금 지원책을 홍보하며 규제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동안 군소 스타트업들은 쓰러졌다.
이 대통령과 한 장관이 나서 벤처 활성화를 약속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규제 해소 논의 없는 거창한 자금 지원책은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반쪽짜리다. 진정으로 제3의 벤처 붐을 위한다면 정부 부처 간 격벽을 허물어 규제 논의를 테이블 위로 끌고 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격벽을 허무는 첫 소리를 중기부가 들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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