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관광 명소인 본다이 해변에서 지난 14일(현지 시간) 유대인을 겨냥한 무차별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해 최소 16명이 숨진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호주 정부를 향해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고 맹비난했다.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연설에서 “반유대주의는 지도자들이 침묵할 때 퍼지는 암”이라며 “당신들(호주 정부)은 이 병이 퍼지게 놔뒀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목격한 끔찍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8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던 호주 등 여러 나라 지도자에게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호주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프랑스·영국·포르투갈 등과 함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자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원색적인 비난에 앨버니지 총리는 직접적인 반박을 자제하며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국가적 단합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호주인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은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며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명백하고 끔찍한 반유대주의 공격”이라고 규정했으며, 찰스 3세 영국 국왕 역시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며 “빛의 축제인 하누카의 정신이 악의 어둠을 이겨낼 것”이라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X에 “하누카 기간 발생한 반유대주의 공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우리 공통의 가치에 대한 공격이며 이런 반유대주의를 전세계에서 차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은 호주와 전세계 유대인 공동체와 함께한다”며 “우리는 폭력과 반유대주의 증오에 맞서 단결해 있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이슬람 국가들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이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민간인을 향한 폭력적인 공격은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라는 입장을 냈다. 이란은 호주 내 반유대주의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호주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호주는 이란 정부가 지난해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을 지휘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지난 8월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추방 조치했다. 지난달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지원단체로 지정했다.
이번 총격 사건은 14일 호주 시드니 동부에 있는 본다이 해변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 45분께 두 명의 남성이 해변에 있는 인파를 향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했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어린이와 경찰관 등 최소 1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당시 해변에서는 유대교 봉헌축제 명절 하누카를 맞아 1000명 넘게 모인 가운데 유대인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용의자 두 명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로 밝혀졌으며 이 중 한 명은 경찰에 사살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고 검거됐다. 아직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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