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되는 부처별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참 말이 기십니다. 왜 자꾸 옆으로 새요”라고 질책했다. 책갈피처럼 책 사이에 외화 수만 달러를 끼워 반출할 수 있는지 물었다가 즉답하지 않자 면박을 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저보다도 아는 게 없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라고도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 사장에게 ‘무능’ 낙인을 찍은 셈이다. 이는 8일 이 대통령이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호 성동구청장을 칭찬한 것과 대비되면서 내년 지방선거 개입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살 여지가 크다. 보수 야권은 외화 반출 단속은 인천공항이 아닌 세관 담당인데도 이 사장에게 공개 망신을 줬다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주류 역사학계가 위서로 규정한 환단고기에 대해 “문헌”이라며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 입장 차이”라고도 했다. 자칫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14일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종합편성채널이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의심된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해 방송 장악 의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과 소통하며 정책의 디테일을 보여주려는 업무보고 생중계의 취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질책이 아니라 국정 비전일 것이다. 특정 인사에 대한 공개적 모욕주기나 편 가르기식 언사 등이 반복된다면 진영 대결과 국민 갈등이 커지면서 국정 동력이 되레 훼손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최소한의 교양에 대한 문제”라며 언어 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발언의 무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국정 혼선을 초래하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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