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를 근거로 공공기관장을 해임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경평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7일 김영중 전 한국고용정보원장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김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김 전 원장은 2023년 5월 고용정보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3년도 경평에서 고용정보원 등급이 E등급으로 최하위를 기록하자, 김 전 원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이듬해 7월 최종 해임된 김 전 원장은 소송 1년 만에 1심에서 이겼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장을 경평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해임하는 게 부당하다고 봤다. 나쁜 경평 결과가 공공기관운영법이 정한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직무를 해태했다고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3년도 경평 당시 김 전 원장의 재임 기간이 7개월인 점도 부당 해임의 근거라고 법원은 봤다. 경평은 연 단위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법원은 당시 고용정보원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도 김 전 원장의 해임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사고는 김 전 원장 취임 후 한 달 만에 터졌기 때문이다. 사고 전 재임 기간이 너무 짧아 김 전 원장에게 사고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정보원 상급 기관인 노동부는 이번 소송을 불복하고 항소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공공기관장의 경영책임 범위와 해임 요건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원이 최종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경평 제도와 관행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경평에 목을 맨다’고 할 정도로 경평의 영향력은 공공기관에 크다. 공공기관은 경평 결과를 대부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고 김 전 원장처럼 경평 결과를 불복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전언이다. 결국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경평 결과가 나쁜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해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 전 원장은 “노동부는 1심 결과를 받아들이면, 고용정보원 기관장이 두 명이 되는 문제를 안게 된다”며 “노동부의 항소 결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원장이 되기 전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맡는 등 노동부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해임 처분이 아쉬웠다, 고용정보원은 일 잘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당시 경평 결과가 부각된 점이 미안해서 소송을 결심했다”며 “이번 판결로 명예 회복이 된 것 같다, 이번 판결이 경평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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