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3일 본회의에서 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이 법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이용하는 가산금리에 각종 비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고금리 시기에 서민의 고통이 극에 달했지만 정작 은행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 대해 비판이 커지자 마련된 법인데요. 그러나 법이 시행되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크게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서 ‘우대금리’를 뺀 구조입니다. 여기서 가산금리는 은행이 붙이는 마진과 각종 위험비용으로 구성됩니다. 인건비·전산비·점포 비용·세금·부실위험, 목표 이익 등이 전반적으로 포함되는 셈입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와 코픽스(COFIX), 은행채 등 시장 금리를 토대로 형성되는 만큼 은행이 자의적으로 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이 스스로 신용위험, 자금조달·영업비용, 목표이익 등을 평가해 붙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재량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은행법 개정안은 바로 이 가산금리를 규제하는 법입니다. 은행의 가산금리에는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의 법정 출연금이 포함돼 있는데요. 은행법 개정안은 이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예금에 대해 한국은행에 의무로 적립해야 하는 ‘지급준비금’ 비용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법으로 부과하는 출연금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은 가산금리에 반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일부 보증기관 출연금은 가산금리 반영 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 법을 발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지난 몇 년 동안의 고금리 시기를 거치며 서민의 이자부담에 다른 고통이 커졌지만 은행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둔 만큼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자수익은 42조 233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각종 법정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면 금리 수준이 낮아져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법안을 만든 핵심 이유입니다.
민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은행이 예금보험료와 법정출연금 등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출자에게 떠넘겨온 갑질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은행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위반하며 금융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고 있다. 금리 산정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을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각종 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하면 매년 손실 규모가 매년 2조 원 이상(4대 은행 합산)일 것이라고 자체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낮추거나 다른 수수료를 올리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법안의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는 해당 법안 처리를 반대했고, 민주당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후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었습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법안 반대 토론에서 “’효과는 미지수’, ‘대출 문턱을 높인다’ 등의 부정적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제대로 된 토론과 심사도 없이 개정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 있는 모습이냐”고 꼬집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은 조만간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이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됩니다. 법안 시행 이후에도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실질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지도록 금융감독 당국과 은행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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